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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대 Mar 13. 2023

아이를 찾습니다:
납치범이 나보다 더 잘 키운다면

김영하 작가님의 <아이를 찾습니다>

아이를 찾긴 했는데...


 납치당했던 자식을 찾았다. 워낙 오랜만에 찾은 아이는 나를 알아보지 못했고, 나는 집안 상황이 너무도 좋지 않아 납치범보다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에는 이런 생각마저 든다. 아, 내가 납치한 건가?

 내가 유괴범이 된 것 같은 기분이야

소설을 원작으로 한 2부작짜리 드라마도 있다

 이 말을 한 윤석(주인공)의 심정을 생각해보면 너무도 안쓰럽다.

 차라리 유괴범으로부터 데리고 오지 않는 것이 아이에게도/ 아내에게도/ 그리고 자신에게도 좋았을 거란 생각을 그는 무의식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소설의 후반부에서 친자 확인을 하기까지 나는 윤석이 찾은 아이(성민)가 과연 그의 자식이 맞을까-하는 걱정을 하였다. 그만큼 윤석은 성민에게 모질었다.


 아빠는 왜 되찾은 아이에게 모질었나


 성민을 찾은 직후부터, 윤석(아빠)은 이 모든 상황이 혼란스러울 어린 성민에게 질문을 쏟아내었다. 그 질문들은 대부분 유괴범과 자신을 비교하는 내용이었다. 쉽게 말해, 자격지심이자 자기비하이다. 본인의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난할 명분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윤석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윤석이 아이를 잃어버린 직후. 표정연기가 인상적이다.

 그는 아이(성민)를 잃어버린 이후 십 년동안, 아이를 찾는데만 열중해왔고 그 도중에 회사를 바꾸고 아내가 정신이 나가는 등의 불행을 맞이하였다. 게다가 아이를 찾으면 회복될 줄 알았던 일상은 아내가 아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아들 역시 경계를 풀지 않는 탓에 다시 깨져버렸다.


슬프게도 우리는 돈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 성민은 게임을 하거나 하릴없이 밖으로 나도는 등의 행위를 통해 '윤석의 집'이라는 상황으로부터 도피한다. 윤석은 자살을 생각하면서 연명한다. 음, 좀 슬픈 생각인데......만약 윤석이 부유했다면 어땠을까?

정말 슬프게도 우리는 물질만능주의 세상에 살고 있다.

 성민에게 최신식 컴퓨터와 좋은 과외 선생, 개인 심리상담까지 붙여주었다면 어땠을까? 윤석이 성민에게 모질게 굴었던 이유는 자신이 유괴범보다 못하다는 잔인한 사실 때문이고, 돈이 없고 능력이 없는 자신 때문이다. 아이를 찾은 이후에 벌어진 부정적인 상황들은 '돈'이 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윤석을 얼마나 괴롭혔을까. 

 아빠가 유괴범만큼 해주지 못해 미안해, 라는 굉장히 아픈 말을 품고 근근히 버틴 것이 아닌가 싶다.

 실화로 오인할 만큼의 현실감


 이 소설을 추천하는 이유는, 정말 실화라고 해도 믿을 만큼 엄청난 현실감을 담고 있다는 것이 첫째, 현실감 있는 흐름 속에 사회적 문제에 대한 비판이 숨어있다는 것이 둘째이다.


 만약 이 소설의 시점을 바꾸고 표지에 '아이를 찾습니다 - 작은대 씨의 감동실화'같은 문구를 쓴다면 모두가 실화라고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소재가 소재이기도 하지만 마트 같은 공간의 묘사나 심리 묘사를 보면, 매우 섬세하게 디자인되었음을 알 수 있다.

소설을 보다보면, 납치범이 나쁜 사람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무섭다

 <아이를 찾습니다> 속 현실적인 흐름에서는 많은 사회비판을 엿볼 수 있다. 정신병자를 기시하는 사회적 풍조와 빈부격차의 문제점을 잔인하게 보여주며, 부적응 학생을 받지 않으려는 일부 학교의 행태까지 확인할 수 있다.


*당신이 아이를 잃어버린 후, 오랜 시간이 지나 겨우 찾았다.
그런데 납치범과 아이는 정이 들어버렸고 아이는 당신을 알아보지도 못한다.
게다가, 납치범은 아주 부유하며 아이를 굉장히 이상적으로 보살펴줄 수 있는 반면에,
당신은 신용불량자이다.
 
아이를 다시 납치범에게 돌려보낼 수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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