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던지지 마시오
본가에서 택배를 보냈다고 했다.
"국 조금이랑 카레 이번에 했으니까 보낼게."
"카레는 금방 하는데 뭐 하러 보내요."
다음날이 되자 택배가 도착했다. 분명 통화로 들은 건 적은 양이었는데 한 번에 들기도 어려운 커다란 상자가 놓여 있었다. 집으로 들여 탁자에 올려놓았다. 스티로폼 포장에 붙인 테이프를 잘라내자 아이스팩으로 덮인 상단이 보였다. 전날 얘기로는 듣지 못했던 소고기와 다진 마늘, 계란 장조림이 들어있었다. 곧 전화가 걸려왔다.
"택배 받았나?"
"뭐 하러 이렇게 많이 보냈어요."
"밥 해 먹기 편하라고 보냈지."
이어지는 반찬에 대한 어머니의 설명. 진미채는 많이 먹지 말고, 멸치는 간을 한 번 더 보고....
통화를 끝내고 반찬을 정리했다. 사골육수, 멸치 볶음, 카레, 소고기.... 통에 담을 수 있는 것들은 옮기고 미처 옮기지 못한 것들은 봉투에 담긴 채로 냉장고에 차곡차곡 쌓았다. 멸치 볶음은 맛을 보니 생각보다 조금 비렸다. 아마 후각이 예민하기 때문일 것이다.
좁은 자취방에 커다란 스티로폼이 들어서자 안 그래도 좁은 부엌이 더 좁게 느껴졌다. 금요일이니 분리수거할 수 있는 날은 아니지만 버리려면 붙어있는 송장을 떼야겠다 생각했다. 손톱으로 송장을 뜯자 스티로폼에서 손쉽게 분리됐다. 그러다 그 옆에 붙어있는 '취급주의' 스티커를 발견했다. 전자제품을 택배로 시키면 받는 택배에 으레 붙어있을, "절대 던지지 마세요"라 적힌 스티커. 길 가다 발견하면 저 사람은 얼마나 귀중한 물건을 택배로 받았을까, 괜히 궁금해지는 스티커. 택배 보낼 때마다 직원이 물어보면 괜히 한 번 붙여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 스티커.
택배로 받은 것들을 생각해 봤다. 진미채 볶음, 사골육수, 소고기. 어머니가 보내주신 택배 안에 깨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택배를 부치러 우체국에 가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깨질만한 거 들었어요? 직원이 물었을 것이다. 평소 무심하신 아버지는, 그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네, 대답하셨을지 모른다. 그 혹시나 하는 마음에, 왠지 가슴이 시렸다. 퇴사 전에도, 퇴사 후 공부하는 동안에 하루에도 몇 번씩 깨지던 나 자신을 떠올렸다. 내 자신감과 자존감을 떠올렸다.
아마 그런 것인가 보다. 아무리 평소에 아무 일 없다고, 잘 지낸다고 말해도, 아무것도 깨질 게 없어 보여도 부모님 마음에 나는 여전히 취급주의인가 보다. 생각은 앞서나가 퇴사 후 공부가 잘 되지 않은 것을 떠올리게 하고, 나를 뿌듯하게 여길 사람들에게 못난 모습을 보일까 걱정한 나를 되돌아보게 하고, 사실 부모님이 두려워하는 것은 나의 실패가 아니라 내가 깨지는 것 아닐까 생각하게 했다.
그러면 나는 다시,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만 털어놓고자 숨겨 온 상처난 모습을, 내가 그들을 사랑하기 때문에 드러내지 못하게 되는 무수한 반복을 생각한다. 그래서 단지, 깨지지 말아야겠다, 애써 마음을 붙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