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탁형과 긴급하게 홍콩에 다녀 온 일에 대한 것이다. 급하게 치러진 그 여행은 충동의 산물인 동시에 책임감의 산물이었다. 마치 속도위반의 결혼처럼. 누가 먼저였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여행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탁형과 나는 그 충동적인 여행제안에 대한 책임을 함께 떠안았다. 그래서였을까. 그 여행은 '알참'이라거나 '뜻 깊음' 같은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었다. 충동에 대한 책임을 다 하는 순간, 그러니까 "홍콩 갈까?"가 "홍콩 간다."가 되던 순간에 이 여행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준비하고 또 여행을 다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나의 마음은 평온하기 그지 없었다. 물론 그 평온함이 지나쳐 안일함을 넘나들다 보니 탁형에게는 불안감이 제공되기도 했지만. 그리하여 이 이야기에는 반성의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 충동과 책임, 평온과 안일, 그리고 반성으로 구성된 이야기들이, 부디 지난 여행의 기억을 추억으로 박제하는 데에 도움줄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