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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alldataguru Nov 06. 2016

미국 직장 구하기 첫 번째 관문: Career Fair

전직장인의 미국 통계 석사 도전기

직장을 그만두고 미국 석사를 도전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필자에게 가장 중요했던 목표는 미국에서 직장 구하기. 이민자의 신분으로 미국에서 직장을 구하기는 하늘에 별따기지만, STE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 전공을 한다면 OPT를 이용해 H-1b비자 없이 최대 3년까지 근무할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유리하다. 학교에서도 직장을 찾는 학생들을 돕기 위해 여러 가지 행사를 여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행사는 일 년에 한두 번 있는 Career Fair다. 한국 대학의 채용박람회와 같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이번 글에서는 석사 입학 후 첫 Career Fair에 대해서 기술하고자 한다.


[늙은이 only? 학부와 별도의 Graduate Student Career Fair]


학부 때 채용박람회를 가보신 분이라면, 엄청나게 많은 학생 수에 놀랐을 것이다. 그 모든 학생들이 나의 경쟁자라는 생각에 식은땀을 흘리며 조급한 마음으로 이곳저곳 찾아다녔던 기억이 있는데, 석박사 커리어 페어의 분위기는 비교적 평온했다. 우선 우리나라 대기업의 공채 시스템과 달리 미국에서는 부서마다 전형을 별도로 진행한다. 그러므로 그 직무에 맞는 전공자들만 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커리어 페어에서는 최근 빅데이터 트렌드에 맞춰 컴퓨터공학과 통계학(오예) 전공자를 매우 선호했다. 하지만 비자를 스폰서 해주는 회사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젠장) 직접 방문한 부스는 많지 않았다. 시간낭비를 하고 싶지 않다면 사전에 참가하는 회사들의 목록과 그들이 원하는 전공자, 비자 스폰서 여부를 미리 파악해서 갈 것을 권장한다.


[학부 때와는 다른 게임]


학부 때와 또 다른 차이점은 나 자신에게 있다. 학부 때까지만 해도 직장경력이라곤 무엇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3달짜리 인턴밖에 없었기 때문에, 나 자신을 색다르게 포장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부스를 찾아가 궁금하지 않은 질문을 궁금한 척하며 하거나, 남들이 다 하는 지루한 질문들을 날렸다.


“회사 다니면서 무엇이 제일 힘든가요~”

“Work-Life 밸런스는 어떤가요~”


짜증 섞인 표정으로 똑같은 대답을 몇십 번은 했는지 영혼이 실종된 어조로 대답해준다. 취업에 성공하여 반대 입장이 되어보니 그들의 심정이 백 번 이해 가면서도 아무 경험 없는 대학생이 할 수 있는 좋은 질문이란 것이 있을까 싶다. 하지만 이제는 입장이 조금 다르다. 직장 생활을 조금이나마 했다면 질문의 질이 달라진다. 보고 체계는 어떻게 되어있는지, 보통 어떤 타 부서와 업무가 많이 엮이는지, 데이터 분석 툴은 무엇을 쓰는지 등, 질문을 위한 질문이 아닌 본인의 경험을 녹일 수 있는 질문들을 준비하자. 예를 들면, 리스크 부서에 관심이 있는데 오퍼레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면:


“매일 업무 중 단순 오퍼레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요?” 

“전 직장에서 리스크 부서에 있었는데 모델링 부분보다 단순 오퍼레이션이 차지하는 비율이 너무 높아서 아쉬웠다. 모델링을 더 배우기 위해 석사를 지원했는데, 당사 리스크 부서에서 모델링 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어느 정도인가?”


후자가 더 나은 이유는, 본인을 기억할 확률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추후에 감사 이메일을 보낼 때도 “저는 오늘 찾아갔던 수백 명의 지원자 중 한 명입니다!”라는 공허한 외침보다는 “저는 사막으로 떠난 낙타 OOO입니다.”라고 했을 때 답장이 올 확률이 높다. 경험과 함께 더 많아진 무기들을 활용하도록 하자.


[The Big Small Talk]


한국과 미국의 대화방식의 큰 차이점 중 하나를 꼽으려면 많은 사람들이 Small Talk에 대해서 얘기한다. 흔한 일상에 대해서 얘기하는 것이라 Small 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채용 박람회 세팅에서는 두 가지 부분에서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첫 번째는 대화를 자연스럽게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Small talk가 익숙한 일이기에 질문을 하기 전에 오늘 하루 어땠는지, 직장에서 날아오는데 힘들지 않았는지, 등의 간단한 안부를 물으면서 시작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한 중간중간 직장에 대해 질문을 하면서도, 언제든 조금 더 가벼운 개인적인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활용하도록 하자. 조금 더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대화가 진행될 것이다.


두 번째 효과는 본인을 그만큼 더 잘 기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어쩌다 같은 스포츠팀을 좋아하거나, 취미가 비슷하거나, 같은 곳에서 자랐다면 지원자이기 전에 사람으로서 호감이 생긴다. 물론 채용박람회에 나온 사람이 본인의 취업하는데 직접적인 영향을 못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취업이라는 것은 모을 수 있는 운은 모두 모아야 이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학교를 반만 믿자]


학교에서 제공해주는 기회로만 취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모든 회사들이 채용박람회에 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학부와 별도로 하다 보니 석사생들을 뽑는데도 불구하고 학부생 박람회 때만 오는 회사들도 많다. 즉, 학교에서 제공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가하면 큰 오산이라는 것이다. Linked in, Alumni 네트워크 등을 적극 활용해서 원하는 기회가 있다면 학교를 통하지 않고서라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자.


그와 동시에 학교에서 채용박람회 준비를 위한 workshop을 많이 연다. 이력서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명함은 언제 받아야 하고 감사 이메일은 어떤 식으로 쓰는지 등, 본인이 이 게임의 룰에 익숙하지 않다면 꼭 학교 자원을 활용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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