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한국 직장인의 미국 인턴 생존기 5편
확실하게 비자 스폰서 해주시는 거죠?
그럼요, 저희 회사는 물고기 님의 인턴 성과에 따라 full time 오퍼와 함께 비자도 스폰서 합니다
이 한마디에 필자는 바로 오퍼를 수락했다. 트럼프 정권이 들어서면서 전반적으로 회사들이 취업비자를 스폰 하는데 인색해지고 있기에, 리크루터의 답변은 나에게 안도감과 확신을 심어 주었다. 필자가 한국 직장을 그만두고, 제법 늦은 나이에 미국 시카고 대학 통계 석사를 진학한 목표에 한걸음 다가간 것 같았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 그래서 지난 6월부터 필자는 열심히 회사 생활을 했다 (하지만 그래도 한국 회사 생활보다는 매우 여유로운 것은 사실). 해야 할 일을 찾아서 했고, 주도적으로 사내 행사도 참여했으며, 최대만 많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networking/shadowing 도 활발하게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인턴 끝나기 3주 전 팀장님과의 면담.
“어쩌고저쩌고 ~ 저 Full-timeoffer 에 관심이 있습니다 ~ 어쩌고저쩌고”
“아 그래? ~샬라 샬라~나도 네가 우리 팀에 있었으면 좋겠어. 내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알아보고 연락할게”
팀장님의 긍정적인 반응에 필자는 김칫국부터 마시기 시작했다. 여기서 어떤 일을 집중적으로 해볼까? 집은 어디에 장만할까? 하지만 나의 부품 꿈이 처참히 밟히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음날 팀장님이 필자를 방으로 불렀다.
“물고기야 ~ 리크루터랑 얘기해봤는데, 너의 직종 (data analyst)는 비자 스폰서 안해준다던데? 그러면 오퍼 주는 건 힘들 것 같아~”
“…”
이건 분명 무슨 착오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필자가 아무리 듣고 싶어 하는 것만 듣는 꼰대라고 해도 분명 오퍼를 수락하기 전 몇 번이고 리크루터에게 확인했다. 면담이 끝난 후 다급하게 리크루터에게 전화해 문의했다.
“(돌려 말한 것을 직설화법으로 번역) 아 물고기야~ 우리 회사가 미국 취업 비자 스폰서 하는 것은 맞는데, 스폰서 받으려면 data analyst 가 아니라 modeler로 일해야 해. 그리고 만약 네가 modeler로 오퍼를 받고 싶으면 내년에 졸업하고 다시 인턴을 해야 한단다”
파닥파닥. 그물에 걸린 물고기의 기분이었다. 전화상으로 왜 그것을 지금 말해주는 건지, 오퍼를 줄 때 일부러 숨긴 것인지 추궁하고 싶었지만, 혹시나 다음 학기에 직장을 찾지 못하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기 위해 참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지금 와서 리크루터를 탓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어떻게 하면 이런 상황을 방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지인들과 고민해 봤다. 첫 번째, 리크루터에게 조금 더 확실하게 질문한다. 예를 들면, “비자 스폰서 해주시죠?” 대신 “이번 인턴이 끝나면 졸업 시기에 맞춰서 full time 오퍼를 주고, 일하기 시작한 해부터 h-1b지원해주는 거죠?”라고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팀장님과 full time 에 대한 얘기를 일찍부터 하는 것이다. 필자는 리크루터를 통해 팀장이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가정했고, 그것 때문에 인턴이 마무리될 때쯤 얘기를 했었다. 마지막으로, 회사 리크루팅 방식을 파악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 회사는 여름 인턴을 통해 내년 오퍼를 주지만, 몇몇의 회사에서는 3개월 내 졸업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오퍼를 주지 않는다.
필자는 미국 취업 비자 때문에 피해를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학부 졸업 후에도 미국에서 구직에 성공했지만, h-1b신청에 문제가 생겨 근무 시작일 한 달을 앞두고 귀국해야만 했다. 이처럼 h-1b를 취득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독자분들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마인드로 미리 철저히 준비해서 구직에 임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