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데이터 사이언스 때문에 통계학과가 매우 핫해. 통계석사하면 우선 미국에서 직장 찾는 데는 문제없을 거야~”
3년 전 통계 석사를 하고 있었던 전 룸메이트가 한 말이다. 그 당시 필자는 한국 기업에서 일하면서 앞으로 무엇을 먹고살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마침 회사에서 가장 재밌었던 일이 데이터를 분석해서 보고하는 일이었기에 룸메이트의 말을 듣고 통계학 석사의 길을 진지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3년이 흐른 지금, 졸업을 몇 학기 앞두고 열심히 구직활동을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고전 중이다. 물론 필자가 통계학과 허접인 것도 큰 이유지만, 구직 활동을 통해 느낀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잡 마켓에 대한 전망을 정리하고자 한다.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라 쓰고 경력직이라 읽는다]
링크드인(linked in)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를 찾아보면 jobopening이 끝없이 나온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등 모두가 선망하는 기업에서도 매년 채용공고를 올린다. 하지만 채용공고의 많기에 구직이 쉬울 것이라는 허상은 빨리 버리자. 채용 공고를 자세히 읽어보면 정작 통계 석사를 갓 졸업한 외국인 학생이 지원할 수 있는 자리는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우선 H-1b를 스폰서 해주는 기업은 채용 공고의 20%~30% 수준.
게다가 지원해주는 기업 대부분 많은 경쟁자들이 지원하는 글로벌 기업들인데, 그 들은 최소 2~3년 데이터 관련 업무 경험을 요구한다. 기본 분석 수준의 경험을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채용 공고를 자세히 읽으면, 테라바이트/페타바이트 단위의 데이터베이스를 효율적으로 ETL(ExtractTransform Load)해본 경험을 요구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석사 졸업생이 갈 수 있는 중소기업 중 그 수준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곳이 매우 적다.
필자가 예전에 데이터 분석가(data analyst), 비즈니스 분석가(businessanalyst), 데이터 사이언티스트(data scientist)의 차이점에 대해 정리한 글을 보신 분들은 이런 질문을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데이터/비즈니스 분석가로 지원하면 되지 않나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진입장벽이 낮은 만큼 경쟁이 더 심할 뿐만 아니라 만약 본인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의 업무를 원한다면 직업 만족도가 매우 낮을 수 있다. 몇몇 지인들은 데이터 분석가로 입사해 2년 경험 후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로 직종을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추천한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쉬울지 필자는 의문이 든다.
[통계학과가 벼슬은 아니다]
최근 Analytics, Data Science 등 데이터 관련 전공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 다르게 말하면 데이터 관련 직종을 지원하는 entry level학생들도 매우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로스쿨이나 의대처럼 정원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지 않기에, 늘어나는 공급은 경쟁을 심화시킨다. 데이터 관련 직종에 대한 수요도 분명 늘어나고 있지만, 과연 공급이 늘어나는 속도를 맞출 수 있을지 필자는 의구심이 든다. 특히, 데이터 관련 전공에는 대부분 미국에서 취직을 목표로 하는 외국인들이 많기에 외국인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한다. 더 이상 통계학과 학위가 데이터 관련 직종을 입문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벼슬이 아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거들뿐]
불과 3~4년 전만 하더라도 여러 프로그래밍 언어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입사지원할 때 큰 경쟁력이었다. 하지만 지금 데이터 관련 직종의 지원자 대부분 최소 2~3가지 프로그래밍 언어를 구사한다. 게다가 매년 새로운 플랫폼/라이브러리가 (Spark, Tensorflow) 등장해 시장의 형세를 바꿔 놓기에 몇 가지 프로그래밍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다고 회사에서 모셔가는 일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어떤 프로그래밍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만큼이나 더욱 중요해진 것은 개인 포트폴리오다. “그래서 네가 그 언어를 이용해 어떤 프로젝트를 했어?” “이 두 가지 언어의 장단점은 무엇이니?” 이 두 가지 질문을 조리 있게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이 경쟁력을 갖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래서 실제 현업에 있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은 github이나 블로그를 통해 본인이 일한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지원할 때 공유하라고 조언한다.
[마무리하며…]
데이터 관련 팟캐스트에서 현업에서 종사하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들에게 데이터 관련 직종에 대한 전망을 어떻게 보는지 질문했다. 그 panel에 있던 게스트 중 한 명이 이렇게 대답했다. “현재 훌륭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 대해서는 수요가 공급보다 훨씬 많습니다. 하지만 평범한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공급이 수요를 초과했죠.” 필자는 이 말에 공감한다. 통계학과 졸업이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유학을 계획하는 모든 분들이 알고 오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