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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스타고가자 Dec 26. 2024

2화) 새로운 시작 앞에서

: 가족이 전한 신뢰와 응원

#1. 퇴사 후, 가족과 함께한 첫 저녁

퇴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온 날, 아내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평소처럼 따뜻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나는 아내의 그 태도에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괜찮아, 나는 너를 믿어."

그녀의 침묵 속에서도 그런 메시지가 들려오는 듯했다. 아무런 질문도, 부담스러운 조언도 없었다. 그저 평소와 같은 일상이 내게 위로로 다가왔다.


쌍둥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저녁 식탁은 언제나처럼 웃음소리로 가득 찼다. "아빠, 오늘은 뭐 했어요?"라는 천진난만한 질문에도 나는 자연스러운 미소로 대답했다. 하지만 내 대답은 짧고 무미건조했다. 어쩌면 그날은 특별한 날이어야 했지만, 아이들과 아내는 그 사실을 굳이 특별하게 만들지 않았다. 나는 그 평범함 속에서 위안을 찾았다. 어쩌면 내가 가장 필요로 했던 것은 그들이 만들어준 이런 소소한 평화였는지도 모른다.


#2. 침묵속에 담 신뢰

식사가 끝난 뒤, 아내와 나는 부엌에 나란히 서서 설거지를 했다. 따뜻한 물이 그릇을 적시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그런 가운데 그녀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나의 퇴사 이야기가 아닌, 곧 초등학생이 될 쌍둥이의 입학 준비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책가방은 언제 맞출지, 학용품은 어떤 게 필요할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점점 더 편안해졌다.


아내는 끝까지 나에게 퇴사 후의 계획을 묻지 않았다. 마치 내가 스스로 그것을 이야기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 같았다. 그녀의 침묵 속에는 묘한 안정감과 신뢰가 담겨 있었다.

그녀의 태도는 나에게 "당신은 알아서 잘 해낼 거야."라는 믿음을 전달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그 무언의 응원에 고마움을 느끼며,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떠올렸다.


#3. 초등학교 입학 : 새로운 시작

나에게 선물과도 같은 쌍둥이 남매의 초등학교 입학 준비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 일정을 짜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새로운 출발을 함께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아이들의 작은 손을 잡고 학교 주변을 둘러보며, 나는 그들의 밝은 미래를 그려보았다. 교문 앞에서 들려올 아이들의 웃음소리, 책가방을 메고 뛰어다닐 모습, 새 친구들과 어울릴 순간들을 상상하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 순간, 퇴사 후 줄어든 통장 잔고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두 아이의 교육비, 학원비, 그리고 예상치 못한 지출들까지. 이런 현실적인 고민들이 가슴 한켠을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과 함께 나눈 소소한 일상이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아내의 신뢰와 아이들의 웃음은 내가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주는 가장 큰 힘이었다.


#4. 보이지 않 계획, 그리고 내게 주어진 질문

밤이 깊어갈수록 집은 조용해졌다. 아이들과 아내가 잠든 뒤, 나는 혼자 거실에 앉아 계획표를 펼쳐 들었다. 빈 종이 위에 천천히 글자를 써내려갔다. '5월까지: 첫 계약 따내기', '6월: 온라인 마케팅 자격증 취득'. 구체적인 목표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아갔다. 불확실한 미래였지만, 한 걸음씩 나아갈 방향은 보이기 시작했다.


이 계획들을 적어내리며, 나는 단순히 새로운 직장을 찾는 것이 아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방향을 고민했다. 아이들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기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깊이 생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계획은 더욱 선명해졌고,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피어올랐다.


거실의 작은 불빛 아래서 마지막 문장을 적어내렸다. '매일 아침 아이들과 함께하는 등교'.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내가 퇴사를 결심했던 진정한 이유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믿어주는 가족이 있기에 나는 이 여정을 끝까지 걸어갈 자신이 있었다. 그리 거창하지 않은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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