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밥을 먹을 때마다 슬픈 볶음밥이다. 우리 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뒷베란다 창이다. 앞 베란다는
앞 동이 턱 막고 있지만 뒤쪽은 길 건너로 야트막한 산과
나무들이 있다. 식탁에 앉으면 창문 너머로 오롯이
나무들과 하늘만 보인다. 이 창에서만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을 정확히 목격할 수 있다. 밥을 먹으면서도 보고
이 풍경이 좋아서 식탁에서 책을 읽거나 작업을 하고,
주말 베란다 캠핑도 할 수 있었다. 오늘 점심을 먹으며
바라보는 창 너머는 휑하다. 며칠에 걸쳐 나무들을 베었다.
커다란 나무들이 픽픽 쓰러지는 모습이 슬프다.
우리의 이사에 맞춘 것은 아닐 테지만 4년 동안 큰 위로가
되어줬던 나무들이 인사하듯 먼저 떠나버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