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우리

9화, 새 신발

by 한은진

아침 햇살이 창문을 타고 들어온다. 오늘은 드디어 내 차를 갖는 날이다.

이곳 캘리포니아에서 자동차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신발 없이는 밖에 나갈 수 없듯, 자동차 없이는 이곳 생활이 어렵다.

그래서 오늘, 나에게도 새 신발이 생기는 셈이다.


“아빠, 나 뒤에 뚜껑 열리는 차 갖고 싶어. 빨간색이면 더 좋고.”

날렵한 빨간색 스포츠카를 떠올리며 농담처럼 말하자, 아빠는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런 건 나중에 운전 좀 더 잘하게 되면 그때."


딜러십 주차장에 들어서자, 각양각색의 자동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검은색 투도어 차가 눈에 들어온다.

내 상상 속 빨간 뚜껑이 열리는 차는 아니었지만, 시동을 켜자 낮게 울리는 엔진 소리가 심장을 뛰게 한다.

“이거다.”

아빠와 눈을 마주치자, 아빠도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새 신발을 신고, 주차장을 나서 큰길로 접어들자, 캘리포니아의 공기, 나무, 지나가는 사람들의 얼굴 하나하나가 낯설면서도 새롭다.

한국에서는 누릴 수 없던 자유와 가능성이 내 안에 스며든다.

내 발로 내 길을 걸을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든 것 같았다.


“언니 차 정말 멋지다!”

동생 서진이는 나보다 더 들떠 있다.

“라이드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

잠시나마 어른 같은 말투로 답했다.


주차된 내 첫 차를 바라보며 밤잠을 설쳤다.

마음 한편에 묘한 안도감과 설렘이 공존한다.

이제 나는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새로운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때부터가 정말 시작인 것 같았다.




작가의 이전글그때의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