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우리

11화, 2001년 9월 11일

by 한은진

2001년 9월 11일


아침 공기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결이 어긋난 듯 어딘가 묘하게 낯선 기척이 있었다.


학교 갈 준비를 하며 우리는 여느 때처럼 바쁘게 움직였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프리웨이를 달려 약 20분 거리.

가는 길에 동생 서진이를 먼저 학교에 내려줘야 하기에 시간은 늘 촉박했다.


거실 TV에서는 아침 뉴스가 낮게 흘러나왔지만,

우리는 반쯤만 귀에 담은 채 각자의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다.


"은진아, 뉴스에 뉴욕 나오는데... 비행기가 건물에 부딪친 거 같아."


엄마는 한 손으로 TV 리모컨을 꼭 쥐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우리를 재촉했다.


"에이, 뉴욕이랑 엘에이가 얼마나 먼데... 엄마도 참."


말은 그렇게 했지만, 힐끔 TV를 본 순간,

연기 속에 서 있는 고층 건물이 잠깐 마음을 붙잡았다.

하지만 곧 무시한 채 집을 나섰다.


서진이를 내려주러 학교 근처에 다가가자

이상한 긴장감이 몸에 먼저 닿았다.


평소라면 아이들 목소리로 시끌벅적해야 할 학교 앞이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아이들의 발걸음은 마지못해 앞으로 나아갔고

어른들은 휴대폰을 귀에 댄 채 무언가를 확인하듯 분주했다.


분명 하늘은 맑았는데

사람들의 얼굴만 흐렸던 아침.


멀리서 노란색 스쿨버스가 다가오자 잠시 안도가 밀려왔다.


"언니 무슨 일 생기면 제일 먼저 나한테 와야 해. 알았지?"

"응, 우선 학교 가.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고."


서진이는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학교 안으로 들어갔다.

'별거 아닐 거야'


평소와는 다르게 텅텅 빈 도로를 달려 학교에 도착했다.

교실에 들어서자, 에릭 선생님의 표정이 이미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학생들은 작은 파도처럼 웅성거렸고 누구도 평소처럼 웃으며 인사하지 않았다.


출석 체크도 하지도 않은 채, 에릭 선생님은 TV를 켰다.

순간, 교실 공기가 한 번 더 가라안았다.


빠르게 쏟아지는 영어 뉴스,

건물에서 일렁이는 불꽃,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음소리.


모두가 하나의 화면을 바라보며 숨을 죽였다.


사실 그 영어 뉴스의 속도를 제대로 따라갈 학생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있는 이 미국땅이 흔들리고 있구나.


빠르게 쏟아지는 자막과 현장에서 울려 퍼지는 소리들 사이에서

내 머릿속을 채운 건 단 하나였다.


'내 가족. '


곧 어떤 학생들은 눈물을 보이기 시작했다.

다양한 나라의 언어들이 한 소리를 내듯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그리고 또 하나의 비행기가 건물로 파고 들어가는 장면이 반복해서 재생하자

아침부터 느껴졌던 모든 '이상함'들이 하나의 퍼즐처럼 맞춰 쳤다.


한 나라가 흔들리고 있다.

이제 내가 살고 있는 이곳 '미국'이 흔들리고 있었다.


'이민자'의 딱지를 붙인 나는 무엇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날의 공기 속에

조용히 떠밀려 가고 있을 뿐이었다.


빨리 서진이를 데리러 가고 싶다는 마음 밖에는 없었다.



작가의 이전글그때의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