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우리

12화, 멈춰 선 꿈

by 한은진

"그래서... 못하는 거지?"


엄마가 물었다.

질문이라기보다는 확인에 가까운 말투였다.


"응, 지금으로선 그래."


아빠가 답했고, 엄마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식탁 위에 놓인 컵만 만지작거렸다.

이미 다 식어버린 커피가 꼭 우리 꼴 같았다.


"가족인데... 아주버님이 어쩜 그래..?"


꾹꾹 눌러 담은 엄마의 목소리에는

서운함과 분노, 그리고 허탈함이 한꺼번에 묻어 있었다.


"내가 미안하다."


아빠의 목소리는 낮았다.

그 말이 누구를 향한 건지 굳이 따질 필요는 없었다.


우리는 원래

LA 한인타운에서 식당을 하려고 했다.

자리도 봐두었고, 메뉴도 정했고,

무엇보다 해볼 수 있겠다는 자신이 있었다.


이곳에서 오래 산 큰아빠를 믿었고,

사업 경험이 있는 그를 신뢰했다.

무엇보다 우리는 가족이었다.


하지만 계약은 무산됐고, 돈은 돌아오지 않았고

무엇보다 마음이 크게 부서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믿음은 판단이 아니라

그저 우리의 기대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우리의 꿈이,

우리가 믿고 싶었던 아메리칸드림이 갈 곳을 잃은 채 멈춰 섰다.


"엄마, 괜찮아?"


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엄마는 한참을 있다가 말했다.

"속상하지."


그 한마디가 너무 무거워 내 가슴을 그대로 짓누르는 것 같았다.


아빠는 그 뒤로 계속 큰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 번, 두 번, 몇 번인지도 모르게.


전화는 대부분 연결되지 않았다.

벨 소리만 길게 울리다 끊겼고,

아빠는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집 안을 서성이는 발걸음이 괜히 더 커 보였다.


"아직 안 받아?"


엄마가 묻자 아빠는 대답 대신 고개만 저었다.


그러다 간신히 통화가 됐을 때

큰아빠의 짧은 목소리가 새어 내왔다.


"조금만 기다려봐."


그 말은

아무 약속도, 아무 설명도 없었지만

아빠는 그걸 붙잡는 눈치였다.


마치 그 말 하나가

모든 걸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는 유일한 실인 것처럼.

붙잡을게 그것밖에 없는 사람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아빠의 휴대폰은 여전히 조용히 테이블 위에 놓여 있다.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을 기다리는 것 같지만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아빠의 한숨 소리만 집 안에 더 크게 남아 있다.


캘리포니아의 겨울은 분명 춥지 않다고 했는데,

우리에게 오늘은 가장 추운 한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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