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아빠의 세탁소
동이 트기도 전,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난다.
한국에서도 그랬듯
아빠의 아침 시작은 늘 커피였다.
요즘은 그 시간이 조금 더 빨라졌다.
"은진아빠, 커피 내가 타줄게."
행여라도 우리가 깰까 봐
엄마는 목소리를 낮춘다.
달그락거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지만,
세탁소로 출근하는 아빠에게
무어라 인사해야 할지 몰라
나는 그대로 눈을 감고 있다.
조용히 닫히는 현관문 소리가
마치 아빠의 움츠려든 어깨 같아서
이불을 끌어당겨 머리끝까지 덮었다.
모른척 덮어 버리고 싶었다.
아빠는 요즘 세탁소에 다닌다.
갑자기 시작된 일이다.
큰아빠에게 사기를 당한 뒤
아빠는 마음이 급해졌고,
곧바로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한국에서 갓 온 사람에게
풀타임 직장은 택도 없었다.
파트타임이었고,
받는 돈은 많지 않았다.
그래도 아빠는 이거라도 해야 한다며
그 일을 시작했다.
"아빠, 언제까지 세탁소 다닐 거야?"
저녁을 먹다 말고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뭐때문인지 아빠는 식탁위에 시선을 고정하고
지나가는듯한 말투로 짧게 답한다.
"응, 그냥 잠깐만."
아빠는 잠깐이라는 말을 썼다.
그 잠깐이 몇 달이 되고,
혹시라도 해를 넘기지는 않을지
괜히 걱정이 앞선다.
"영어도 못하는데 아빠가 거기서 무슨 일을 해?"
나는 괜히 뾰족한 말을 던졌다.
"영어 못해도 아빠 잘해. 아빠 모든 잘하잖아."
웃으면서 말하는 아빠가
밉고, 또 고맙다.
말없이 아빠 곁을 지키는 엄마도
밉고, 또 고맙다.
아빠의 손은 전보다 많이 거칠어졌지만
아빠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것 같았다.
지금은 당장 먹고살 길이 먼저라서
본인 상채기는 눈에 들어올리가 없다.
아빠는 한 번도
우리 앞에서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 같은 말만 남긴다.
"다녀올게."
"왔어."
"괜찮아."
그리고 아빠의 그 말들 사이에서
우리 가족은 하루하루를
조심스럽게 다려 입고 있다.
우리 가족의 앞날에
묵은 얼룩이 빠지고,
꾸깃한 주름이 펴지고,
쾨쾨한 냄새가 빠져나가기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