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우리

7화, LA 한인타운

by 한은진

2001년 여름,


이곳은 숨이 턱 막힐 만큼 더웠다.

달궈진 땅속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발바닥에 그대로 닿아,

나는 얼른 차 안으로 올라탔다.


우리 집 (이제 ‘집’이라고 자연스럽게 부를 수 있게 된, 이곳) 에서

40분 정도를 달리면 나오는

LA 한인타운.


처음으로 한인타운에 가려니 마음이 괜히 들떴다.

.

“엄마, 한인타운 가면 떡볶이집도 있을까?”

“한국 우리 집 근처 분식집, 진짜 맛있었는데"


뒷좌석의 서진이도 이제 한국집과 미국집을 또박또박 구별해 부르고 있었다.


파란 하늘과 맞닿은 나무길을 따라 차가 시원하게 뚫린 도로 위를 미끄러지듯 달렸다.

‘LA KOREATOWN’이라는 초록색 표지판이 보이자,

내 심장도 조용히 박동을 높였다.


창밖을 보다 문득 어린 시절 생각이 났다.


“나, <베버리힐즈의 아이들> 진짜 열심히 봤는데…”


그 시절 나에게 이곳은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다.

TV 속 장면이 세계의 전부였고,

그 반짝이는 불빛들이 언젠가는 내 삶에도 나타나리라 믿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화면 속 도시 한복판을 달리고 있다.


88 떡집, 올림픽 여행사, 올스타 이발관, 호돌이 비디오…


한인타운 간판들은 오래된 시간 속에 잠겨 있는 듯했다.

마치 이곳만 하나의 섬처럼 덩그러니 남아,

과거에 멈춰 서 있는 것 같았다.


“아빠, 여기… 시골 같아.”


서진이는 창밖을 보며 눈을 크게 뜨고 중얼거렸다.

툭 튀어나온 솔직한 감탄이었다.


수십 년을 버티며 자리 잡은 이민자들의 가게들.

한때 '아메리칸 드리머'들의 공간이라 불리던 이 거리에는

화려한 네온사인도, 반짝이는 도시의 속도도 없었다.


마치 시간이 70년대 즈음에서 멈춰버린 것 같은.


나는 그 간판들을 바라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의 꿈도… 이렇게 낡아 바래버리면 어떡하지.'


지금 내 앞에 있는, 조금은 거칠고, 오래되고 투박한 낯섦 앞에

나는 알 수 없는 당혹감에 살짝 흔들렸다.


돌아갈 수 없는 곳을 뒤로한 채 이곳까지 와버린 것 같아,

가슴 한쪽이 조심스레 내려앉았다.

아마 아빠도 엄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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