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작]내 몸에는 2.5cm 시한폭탄이 있다.

2.5센티 크기의 단단한 빌리루빈 중합체로 이루어진 작은 폭탄.

by 작은산

의사: "꽤 크네요"

나: 예..?

...(1초정도의 정적)

의사: 담석이 크네.. 큰 게 있어요.. 안 아팠어요?

나: 어.. 네.. 아픈건 없었는데.. (아..파야 될 크기인가.. 슬슬 무섭기 시작)


의사: 이 정도면 수술하셔야겠어요

나:수술요..?


천장 구석에 떠있는 27인치 모니터에는 나의 작고 소중한 담낭의 실루엣이 나오고 있었다. "딸깍. 샥- 딸깍." 마우스로 <클릭-드래그-클릭> 동작에 맞추어 선생님은 스타카토 박자로 "<이-쩜-오?> 센티 정도 되는것 같아요." 라고 하셨다.


의사: 2.5 cm 면 상당히 큰거 거든요 진짜 통증 없으셨어요?

나: 네..통증은 없었고..(자꾸 물어보니 더 무섭..) 가끔 과식하거나 그럴때 막 체한 것 같았는데, 그걸까요?

의사: 네, 담석 있으면 그런 증상있을 수 있어요. 소견서 드릴테니까, 대학병원가서 떼세요 떼시는게 나아요.

나: 아.. 네..


그렇게 나는 2년전 이 녀석의 무단침입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담석에 대해 알아봤다. 담석증에는 급성과 만성이 있었다. 나는 아무래도 만성인 것 같았다. 급성은 당장 떼내야만 살 수 있는 그런 통증이라 했고 나는 다행히 통증은 없었으니까. 지름이 2.5센티면.. 이만한건가..? 엄지와 검지로 2.5센티를 가늠해보는데, 첫째 어린이가 쓰고 있는 지우개 가 딱 그만했다. 이 정도 크기가 그렇게 두 번이나 통증자백(?)을 받아보려 애쓸 정도로.. 큰 건가..? 의사선생님이 너무 설레발을 치는거 아닌가 싶다가, 불현듯, 싱크대 하수구에 떡볶이 떡이 꼈던게 생각났다.


아내: 여보, 어 이거 왜이러지?

나: 왜?

아내: 아니, 떡볶이가 들어갔는데,

나: 떡볶이가 어딜 들어갔는데..

아내: 물이 안빠지네, 꼈나봐

나: 어디에?

아내: 하.. 내가 수챗구멍 비우려고 들었는데 떡이 밑으로 쓱 들어가버렸어..

나: 아니 떡을 왜.. 아 나와봐봐


우리는 업자를 부르니 마니 하다, 떡볶이에 출장비 5만원을 주기가 안타까워, 결국, 챗지피티가 알려준 하수구 관에서 이물질 빼는 방법대로 셀프처치 해보기로 했다. 사실, 결속된 하수관들을 풀어 낀 떡을 빼면 되는 굉장히 단순한 작업이건만, 밤 12시, 싱크대에 차있는 뜨뜨미지근한 붉은 물을 큰 대야로 받아내야하는 이 (유혈사태까지는 아니고) 유오수사태에 순간적으로 피곤이 확 몰려왔고 서로 말이 예쁘게 안나왔다. 떡볶이가 왜 멀쩡한 하수관에 빨려들어갈 때까지 너는 뭐하고 있었냐 그게 물에 씻겨서 하얘져서 그게 떡볶이 떡인지 뭔지도 몰랐고, 대접 뒤에 숨어있다가 튀어나와서 막막 내려가는데 야 그걸 내가 어떻게 잡냐 어부냐? 그물쳐? 어? 아~ 유속이 진짜 빨랐구나 무슨 홍수 난 계곡이냐 유속타령은 아니 지금 잘못 운운할때냐 이미 낀 걸 어떡하라고. 아니 그 떡이 안보이냐고 떡이. 엉? 야 떡이 순간적으로 내려가는데 한손은 수챗망을 잡고 있는데 어? 여보 뭐야 야! 아니 물을 또 왜 틀어 지금 물 겨우 다받았는데 아 나 진짜 내가 업체 부르자고 했지 내가. 스킬 미흡으로 인해, 수습시간이 오래걸렸고, 도저히 애 둘을 양육하고 있는 어른 둘의 대화 라 할 수 없는.. 차라리 그 애들.. 그 열한살 과 다섯짤의 대화수준에 더 가까운 악순환의 티키타카가 이어졌지만, 어쨌든 결국 떡은 뺐다.


s자 하수관을 분해해 들어 보니, 그 것, 그새 뿔었는지 관구멍을 아주 늠름하게 막고 있었다. 뽀얀 얼굴로 물을 먹어 아주 찰지기까지 했다.


"야 쌀떡이었네.. 밀떡이었으면 안 막히고 쓕 내려가지 않았을까..?"


상황종료 후, 시덥잖은 농담으로 사과신청을 했던 기억. 좀 웃긴데.. 그 기억이 내 담석을 생각하는데 떠올랐다. 한입 크기의 작은 떡볶이 떡이 우리 부부의 소중한 관계를 일시적으로 무너뜨렸는데, 나의 이 작고 깜찍한 지름 2.5cm 크기의 담석도 담도에 낀다면..?

블로그에서나 SNS는 귀신같이 나의 담석 담석통증 담낭절제술 등의 콘텐츠를 보여주었다. 죽을 만큼 아프다는 그 급성담낭염을 계속 보여주었다. 나는 만성이니까 지금 당장 떼지 않아도 되니까 천천히 알아보았다. 수술말고 내 작고 귀여운 담석의 사이즈를 줄일 수 있는, 자연소멸될 수 있는 아니면 어떻게 잘~ 해서 응가로 배출한다던가 뭐 그런 신박한 방법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던 차에, 나에게 큰 희망을 주는 딱 내가 원하는 방식의 매우 흥미로운 담석제거 방법을 알게 되는데..



-2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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