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떠나기 전에 이미 시작된 것들

by 오늘의날씨는

3. 떠나기 전에 이미 시작된 것들

갑자기 왜 지역이 바뀌었는지 이유를 듣고 나니 납득이 되기는 했다.


도쿄에 있던 직원의 근무가 10월까지였고, 인수인계를 위해 후임자가 하루라도 빨리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11월 이사 문제로 당장 일본으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았고, 회사에서는 서류 제출 전이라는 점을 고려해

원래 후쿠오카에 발령 예정이던 직원과 우리의 발령지를 바꾸기로 했다는 설명이었다.


내 일이 아니었다면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겼을 이야기다.


하지만 막상 당사자가 되고 나니 생각보다 당황스러웠다.


유치원이나 주거지를 알아보는 일은 간단해 보이지만, 시간도 감정도 꽤 소모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늘 독창적이고 크리에이티브한 인재를 이야기하지만,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선택권이 없는 게 지금의 사회인가 싶었다.


잠깐 그런 생각에 빠져 있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또다시 구글맵을 열었다.

유치원과 아이들과 함께 살 만한 지역을

다시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와 공원이 있고, 생활에 필요한 편의시설이 가까운 곳

가능하다면 누구나 선호할 만한 동네였으면 했다.


특히 일본은 인도가 좁고 차가 인도 위에 주정차된 모습을 자주 보게 되는데,

그래서 인도가 넓고 관광지가 아닌 주거 지역을 기준으로 삼고 싶었다.


전임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로 하카타역 근처나 오호리 공원 인근, 모모치 해변과 니시진 쪽에 많이 거주하는 것 같았다.

이제 그중에서 우리 가족에게 맞는 곳을 다시 골라야 했다.


모든 걸 만족시키는 지역을 찾다 보니 번번이 집세와 출퇴근에서 막혔다.


어떤 동네는 건물이 너무 오래됐고, 어떤 곳은 유치원이 너무 멀었다

어떤 곳은 사소해 보이는 문제들이 걸려 한 번 더 고민하게 됐지만, 2~3년을 살기에는 그냥 넘기기 어려운 문제들이었다.


가끔 ‘괜찮은데?’ 싶은 집을 발견해 계약까지 생각해 보기도 했지만, 9월 말에 신청한 재류자격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하염없이 시간이 흘러 어느새 한 해의 마지막

12월을 앞두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오래 걸리는 게 맞나, 혹시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 괜히 불안해질 정도였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 사이 이사는 무사히 마쳤고

아이들 어린이집 문제도 정리했다.


불필요한 짐은 하나둘 줄이고 필요한 것들은 상자에 담아 거실 한쪽에 쌓아두고 있었다.

마치 이사 온 집이 아니라 곧 다시 떠날 집처럼 보였다.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돌아와

오늘도 노트북을 켜 구글맵과 부동산 사이트를 띄우고 있는데, 불쑥 남편이 휴대폰을 내밀었다.


“아, 깜짝이야. 뭐야…”


화면에는


[출장 기안 문서]


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아…

설마 또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여보, 나 출장 가야 해.”


“…? 어디? 주재 나간다며.”


“후쿠오카로 일주일 출장 갔다가 그다음 주에 바로 발령이래.”


그 순간

후쿠오카는 아직 가보지도 않은 도시였지만

이미 우리의 생활이 시작되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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