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생각보다 복잡한 일들
남편의 출장은 갑작스러웠다.
출장 준비를 하던 중,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재류자격이 없어도 회사 법인으로는 주택 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몰랐던 이유는 간단했다.
대부분 재류자격은 발령 전에 나왔고, 법인 계약이 좋은 집을 보장하는 조건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출장 기간 동안 추천받은 동네가 아이와 지내기 좋은지, 도보 생활이 가능한지 직접 보기로 했고
나는 한국에서 유치원을 알아보기로 했다.
유치원을 알아보다가 몇몇 곳에서 같은 문구가 눈에 띄었다.
‘이중언어 유치원’
이중언어 유치원? 한국식으로 말하면 영어 유치원이었다.
일본은 이런 유치원도 국가 지원을 해주나 싶었다.
조금 더 알아보니 맞벌이이거나 일정 조건이 있어야 일부 지원이 가능했고,
우리처럼 해당 사항이 없으면 원비는 전액 개인 부담이었다.
한국에 비해 원비가 저렴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쌍둥이 둘의 비용이 매달 든다는 점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
가족이 함께 주재를 나가는 이유는 떨어져 있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돈을 모으기 위해서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컸다.
그래도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을 때 해주는 게 맞는 걸까?
머릿속이 복잡해질수록 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말을 보탰다.
“일본에서도 말이 안 통하는데, 영어까지 하면 애가 힘들지 않을까."
"그건 부모 욕심이야"
반대로 이런 말도 있었다.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해보겠어요. 아이한테 투자한다고 생각하세요.”
생각은 계속 왔다 갔다 했다.
남편과 오래 이야기한 끝에 아직 지역이 정해지지 않았으니,
1월에 설명회가 있다면 직접 가 보고 주변의 다른 로컬 유치원들과 천천히 비교해 보기로 했다.
출장 마지막 날,
남편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직장 근처 집 몇 곳을 보여주겠다는 연락이었다.
“어, 보여?”
“아… 집이 복층이네?”
“근데 주변에 큰 공원이 있어.”
“아니… 공원이 중요하긴 한데…”
복층은 혼자서도 살기 힘든 구조였다.
그런 곳에서 4인 가족이 지내는 것은 어림도 없었고고생을 자처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집을 보여달라고 하자 공원은 없지만 층고가 높고 깨끗한 집이 나왔다.
월세가 비싸 고민됐지만 일주일 뒤면 바로 주재를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하루라도 빨리 집을 정하는 게 서로 덜 힘들 것 같았다.
방금 본 집이 괜찮아 보여 법인 계약이 가능한지 물어봐 달라고 했는데, 남편의 표정이 갑자기 굳었다.
“그… 바로 계약하는 게 아니라 회사에 먼저 승인받아야 해.”
“뭐?”
“회사 승인 후에 부동산 계약을 진행하는 거야.”
“그걸 왜 지금 말해.”
“말했어, 여보…”
말했나. 아니, 기억이 잘 안 났다.
괜히 더 캐물었다가 분위기만 더 험해질 것 같아서 일단 회사에 승인 요청부터 해 보라는 말로 급하게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남편이 집을 보고 있는 사이 다른 부동산 손님들이 실제로 와서 같은 집을 보고 있었다는 말에 마음은 더 급해졌다.
아이들은 이미 잠들어 있었고,
나는 거실을 의미 없이 서성이며 초조한 마음으로
밤늦게 뜨는 마지막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남편에게서 메신저로 사진 하나가 도착했다.
메일 캡처 화면이었다.
[승인 불가]
정말 쉬운 게 하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