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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May 23. 2019

우주를 여행하는 외톨이를 위한
안내서 - 2

즐거운 은둔생활

즐거운 은둔생활


방콕은 즐겁다. 다들 은둔형 외톨이가 외롭고 고통스럽다고 생각한다. 천만의 말씀, 직장생활 힘들게 일 안 해서 좋고, 세끼 밥만 먹고 게임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첫 달은 신나게 카스(카운터 스트라이크 FPS 게임)로 신나게 총질했다. 한 보름을 게임만 하니 초고수가 되어 있었다. 이제 적이 보이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느껴졌다. 온라인 클랜들의 섭외가 왔고 팀별 게임은 더한 긴장감에 푹 빠지게 만들었다. 


방에서의 생활도 바쁘다. 시간을 보낼 즐거운 것을 찾는다. 난 게임이었다. 영화, 미드, 인터넷 등 컴퓨터만 있으면 몇 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새우잠을 자고 일어나자마자 컴퓨터를 켜고 모니터를 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컴퓨터와 나는 물아일체, 한 몸이 되어갔다. 밥을 굶어도 게임을 하지 않으면 화가 나고 고통스러웠다. 워낙 게임을 좋아하다 보니 24시간 게임만 생각하게 되었다. 



총질이 지겨워질 만하면 다운로드한 미드 한편이면 이틀은 금세 간다. 한창 미드가 한국에서 붐이 일어날 때 프리즌 브레이크를 보게 되었다. 이게 무슨 드라마인가! 한 편 한 편이 영화였고 긴장감 절었다. 너무 재밌어서 이틀을 꼬박 새우며 보았다. 이후 미친 듯이 미드를 보았다. 시간을 쪼개가며 게임과 드라마로 시간을 보냈다. 백수가 이렇게 바빠도 되나 싶을 정도로 몰입했다. 


내 성격은 싫어하면 죽어도 하기 싫어하고 좋아하면 끝까지 파고들었다. 이놈의 성격 때문에 세상에는 싫어하는 것 투성이었다. 반면 예술분야를 좋아했다. 그런데 하고 싶어도 돈이 들고 수중에 가진 돈은 없었다. 이러니 보는 것으로 대리 만족하며 좋은 작품을 봤다는 기쁨으로 자족하며 지냈다. 나는 자라오면서 크게 사고 친적 없었다. 자식이 세 달 동안 방에서 두문불출하며 지내고 있는데 부모님은 아무 말씀 없으셨다. 




어느 날 팀전 게임을 하는데 연전연패를 하게 되었다. 마음처럼 총질이 되질 않았다. 상대 팀원이 욕을 하며 내 심기를 건드렸다. 계속되는 패배로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결국 대패하고 말았다. 내 책상 앞에 있던 키보드와 마우스를 손으로 내려찍고 던져버렸다. 가슴에 울분이 차서 한참 씩씩거리며 호흡이 거칠었다. 화가 가라앉고 밀려오는 자괴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하아~ 한심하고 내 인생 진짜 병맛이다.' 자기 비하를 시작했다.


슬슬 즐거운 은둔생활에서 어두운 외톨이로 변해가는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단 석 달만에 동굴 안으로 진입이다. 은둔형 외톨이의 중독 증세는 외부 자극으로부터 무디게 하지만, 한계점에 이르면 폭발해버린다. 그 분노는 본능적인 무의식의 자가 치유이지만, 반면에 경고의 메시지이기도 했다. 내가 모르게 억눌렀던 감정을 분출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내 정신상태가 어떠한지 알려주는 것이다. 



즐거운 은둔생활의 종지부를 찍고, 마음의 문을 닫는 시기가 되었다. 우선 해야 할 일은 가능한 사람들과의 접촉을 완벽히 차단하는 것이었다. 나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지 않고, 나 혼자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방문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이다. 단 1평짜리 내 공간이 평화롭고 안락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즐거운 은둔생활이 지속될 것 같았다. 이렇게 내 행동방경은 단 1평으로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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