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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Nov 17. 2019

고립에서 빠져나오기

1. 검색어를 변화시키기


어느 날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헉헉거렸다. 정신이 죽어가니 육체도 죽어갔다. 보통 때면 게임하면, 고통을 잊을 수 있었는데 이제 소용없다. 벼랑 끝에 몰린 기분이었다. 사방에서 위험신호를 주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세상 흐름이란 바닥을 치면 반드시 반등이 있다. 작은 변화의 조짐이 생겼다. 죽음, 음모론, 미스터리, 영혼 등의 키워드가 차츰 사는 이유, 목적, 존재, 힐링, 운명 등으로 바뀌었다. 어차피 컴퓨터에 중독된 상태이니 이 도구를 사용했다.


은둔형 외톨이의 생명줄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돌이켜보면 나를 중독시켜 버린 것도 빠져나오게 한 것도 컴퓨터였다. 나는 다양한 자기 성찰 강의들을 듣기 시작했다. 종교, 인문학, 심리학, 고전 등을 하나둘씩 검색해서 찾아들었다. 그중에 가슴에 내리꽂는 강의들은 메모해서 강사를 찾아가 직접 들었다. 이렇게 세상에 한 발짝 나가기 시작했다. 정신적 목마름이 극에 달하면 직접 샘물을 찾는다. 나는 미친 듯이 진리를 빨아 마셨다. 장장 1년간의 고립생활의 종지부를 찍게 되었다. 여전히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지만 마음이 아픈 것보다 나았다. 검색어의 변화는 생각의 변화로 이어졌다. 부정적인 생각은 과도한 정신적 에너지 소모로 탈진한다. 그러나 긍정적인 생각은 활력을 조금씩 불어넣어주었다.


TV에서 게임중독에 빠진 아들과 부모님의 갈등에 빠진 이야기, 성년이 되어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캥거루족 이야기가 보았다. 어른들은 게임을 문제를 삼지만, 그렇지 않다. 게임이 아니어도 중독될 만한 또 다른 것을 찾게 된다. 성년이 되어 의지하는 것도 습관이다. 아무리 다그쳐봐야 안으로 더 숨는 것이 은둔형 외톨이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와 자존감 회복이다. 손을 잡아주고 천천히 세상으로 나오도록 가이드를 해주어야 한다. 습관은 장기적인 치료와 본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는 이 습관을 고치기 위해 10년째 노력하고 있다. 다행히 이후 단 한 번도 외톨이가 된 적이 없다.



2. 궁금하면 직접 찾아가기


1년 만의 당일치기 여행을 떠났다. 산 중턱에 있던 절을 구경하다가 보살님이 차 한잔 마시고 가라며 나를 불렀다. 잠깐 멈칫했지만 용기를 내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스님과 보살님 두 분이 계셨다. 정갈하게 꾸며진 방에서 연잎차를 마셨다. 사람들은 나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몇 분이 흘렀을까?! 내 입에서 쉴 새 없이 말이 쏟아져 나왔다. 그동안 참고 있었던 말이 한꺼번에 폭발해버렸다. 신기하게 내 의지대로 말이 끊어지지 않았다. 감사하게 사람들은 내 말에 경청하고 귀 기울였다.


유튜브 강의를 듣고 곧바로 그곳으로 전화해서 달려갔다. 그 당시 내면의 고통만 없앨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만큼 정신적 고통이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바로 이 고통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먼 거리를 차를 타고 달려가면서 실로 오래간만에 두근거림을 느꼈다. 작은 희망이 생긴 것이다. 난 이 작은 불씨를 잡은 것이다. 1년 만의 세상 밖 구경은 질문 덕분이었다. 그렇게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아마도 주위에 도움 없이 스스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은 유튜브에서 찾았다.


쉽게 접근할 수 인터넷이 가장 빠른 치료제가 될 수 있다.   


예전보다 더 질적으로 좋은 강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직접 찾아가는 방법도 쉽다. 오늘날은 은둔하기도 쉽고 빠져나오기도 쉬운 시스템이 갖추어졌다. 혼자 고립되었다고 외로워할 필요 없다. 다른 형태로 발전한 1인 가구와 사회적 활동하는 외톨이들도 있다. 어차피 고립된 상태라면 자기 성찰하기 아주 좋은 시기라고 생각하자. 나도 겪고 너도 겪는 고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만 알면 된다. 용기가 나지 않으면 인터넷으로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게 되었다. 때가 되면 인간은 질문할 수밖에 없고 의지만 생기면 답을 찾게 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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