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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Oct 30. 2022

배달의 수행

8. 1분 소통법

국물이 있는 면, 파스타, 음료 등 쏟아지는 음식물일 경우 배달시에 조심해야 하는 품목이다. 커브 돌 때 쏟아질 우려가 있다. 포장이 부실한 경우와 운전자 부주의, 배달사고가 발행한다. 이럴 경우 센터와 배달원이 배상하는 경우가 많았다.


항상 포장상태를 체크하지만, 바쁘다 보 면 일일이 체크할 시간이 없다. 저녁 6시 주문이 밀려오는 시간에 파스타를 배달통에 넣고, 고객 주소지로 향했다. 천천히 운전한다고 했는데, 결국 일이 터졌다. 고객 집 앞에 도착하고 배달통을 열었다. 파스타 소스가 봉지 밖으로 터져 나왔다. 허연 소스가 배달통 안에 흥건하다. 




당황해서 센터로 연락하고, 식당에 다시 재주문을 했다. 이미 30~40분이 지난 상태. 다시 조리하고 배달하려면 족히 1시간은 잡아야 했다. 이때부터 난리가 났다. 고객은 왜 안 오느냐고 항의하고, 식당에서는 제대로 배달하지 않았다고 화가 난 상태였다. 식당에 도착하니, '배달을 제대로 해야지! 00!' 


식사를 하다가 혹은 메뉴판을 보는 손님들은 나와 사장을 봤다.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짐을 느꼈다. '죄송합니다. 다시 배달하겠습니다'. 그는 계속 욕을 하며 음식을 만들었다. 


성급히 식당 밖을 빠져나와 한숨을 쉬었다. 좀 억울하기도 하고, 내 잘못으로만 여기니 화가 났다. 포장 터진 음식물 값에 대해 센터에 연락했다. 포장상태가 조금 허술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려다 말았다. 잠시 후 식당업체와 나와 음식값을 반씩 내는 걸로 합의하기로 했다. 맥 빠진다. 보통 배달사고와 교통딱지 떼였을 때, 그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때부터 욕을 한 그 식당은 선뜻 가기 싫어진다. 말하자면 서로가 꽁한 관계가 돼버린다. 반면에 음식을 받기 위해 식당에 앉아있으면,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나 음료를 주기도 하는 식당은 자주 가게 된다. 그래서 그 식당은 배달 주문 회전율이 빠르다. 배달원도 꺼려하는 식당이 돼버리면, 회전율이 좋지 않아 애를 먹게 된다. 소문은 빠르다. 그 욕을 한 식당에 나뿐 아니라 많은 배달원은 잘 가지 않게 되었다. 결국 퇴출되었다.


식당업체와 배달원은 이렇게 공생관계이자 갈등 요소가 존재한다. 서로의 입장에서 주고받는 말에 상처받고 치유하기도 한다. 배달을 할수록 느꼈던 것은 1분 소통법을 배우는 것 같다. 깊고 넓은 관계를 하지 못하다 보니, 운명은 짧은 만남에서 다시 시작하라는 배려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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