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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Jul 12. 2019

앞집 무당과 옆집 부부

골목 다세대 작은 단독주택에 이사 후 알게 되었다. 왜 월세가 싼 지. 여기 이웃집들이 유난히 시끄럽다. 집을 구할 때 내가 살 집만 보고 이웃집이 어떤지 알 도리가 없지 않나. 앞집은 일주일에 한 번은 부부싸움을 하고, 옆집은 무당집이었다. 골목 사이를 두고 마주한 이웃집 소음은 그대로 들려왔다. 짐도 정리가 끝나기 전에 앞집 노부부는 아낌없이 욕을 주고받는다. 무슨 사달이 날 거처럼 무섭게 싸우셨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옆집 할머니 무당집은 기도소리와 장구소리가 들렸다. 그 집은 이웃집 피해를 줄까 봐 작게 북을 두드려도 내 방에는 다 들렸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시끄러운 소리를 음악으로 견뎠다. 단독이라 층간소음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의 엄청난 복병이다. 밤마다 욕을 100번 들으면 기분 좋다가도 짜증이 났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나 포기할 무렵 새벽에 음악을 끄고 창문 밖으로 들리는 두 사람의 말싸움에 귀를 기울였다. 


"너 때문에 못 살겠다."

"니 탓이야. 이렇게 된 게 누구 때문인데."

"미친 X 너 때문이지."


들어보니 결론은 니 탓이다였다. 그들은 습관처럼 싸우고 상대방 탓만 하고 있다. 노부부는 필사적으로 당신 잘못을 들춰내려고 노력했다. 그들의 말은 새벽 동네가 떠날 가듯이 울려 퍼졌고 얼마나 부부싸움을 오래 했으면 동네 사람들도 그러려니 하는 분위기다. 항의가 올 법도 한데. 



무당집은 어떨까?! 현관문 앞에는 항상 촛불이 켜져 있다. 민머리 승려복장을 한 아저씨와 할머니가 점을 봐주며 살고 계셨다. 매일 향내음이 현관 문밖으로 흘러나와 코를 찔렀다. 한 날은 굿판이 열리고 부부싸움이 동시에 벌어졌다. 이웃집 사람들의 참을성이 대단한 건지 만성이 된 건지 모르겠다. 이제 굿판과 쌍욕 소리가 정겹게 들릴 지경이었다. 우리 집도 부부싸움이 일어날 때마다 내 방에 들어가 귀를 막은 기억이 있다. 


어머니도 아버지에게 항상 잔소리로 싸움을 거신다. 아버지는 피하시다 안되면 화를 내고 싸우셨다. 난 두 분의 모습을 보고 불편해서 도망갈 곳만 찾아다녔다. 두 분을 어떻게 화해시켜보려고 한 적이 없으며 그것을 시도해 본 적도 없었다. 그리고 어머님은 유달리 점보는 것에 의지하셨다. 일이 풀리지 않으면 당골 점집에서 미래를 맡기고 마음의 통증을 가라앉히고 오셨다. 






좋은 점이 나오면 그 날은 희망찬 한 해가 될 거라고 굳게 믿는다. 그러고 보니 점집과 부부싸움은 우리 가족의 한 면이었고 우리의 모습이었다. 이런 갈등과 무속신앙이 내 삶 속에 계속 반복되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서로 남 탓하며 싸우는 앞집 부부, 자신의 미래를 타인에게 맞기는 기복신앙, 부모에게 의지하는 과거의 나는 다르지 않았다. 그들의 모습이 나의 모습이었고 습관처럼 해왔던 행동이었다. 


이 소동을 통해 한 가지 얻은 결론은 나를 괴롭히고 힘들게 만든 대상들이 모두 나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세상 탓 남 탓하는 부부싸움이 나의 단면이라는 사실. 그리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상황으로 나를 되돌아본다면 묘하게 상황이 역전된다. 그만큼 자기 성찰의 힘은 신기하고 놀랍다. 그렇게 나를 괴롭게 만들던 소음공해는 몇 달 만에 사라졌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조용한 동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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