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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Feb 25. 2019

난 여자들이 뽑은 최악의 남자였다

꼴찌의 갈등극복 연대기

인기 없음의 악몽


옛날 생각나면 한숨이 나오고 처량하다. 20대 지상 최고의 과제는 예쁜 여자 친구를 만들기. 여자가 무서워서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정말 천신만고 끝에 24살에 첫 연애를 하게 되었다. 그녀가 먼저 다가왔다. 나는 모든 게 처음이라 서툴렀다. 순수했지만 연애라는 것이 순수함만 가지고 되지 않았다. 어리바리하게 있다가 답답했는지 떠나버렸다. 그리고 연애 암흑기를 맞이했다. 10년 동안 연애를 못했으니까! 사실이다. 진짜다.


궁금하다. 인기 없는 남자의 이유. '가난하고 착한 오빠 안녕' 이별을 할 때마다 듣는 말, 여자와 싸울 낌새만 보이면 잠수를 탔다. 돌이켜보면 여자들이 뽑은 최악의 남자였다. 돈 없고 옷 못 입고 좁은 어깨에 자신감 없는 모습. 옛날 사진을 봐도 거지 중의 상거지였다. 나를 찬 여자들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녀들에게 손뼉 치고 싶다. 굳이 매력 없는 남자랑 사귀어 봐야 자신도 오염되니까. 10년간 타의적인 연애 금지령. 강제 싱글라이프만큼 억울한 건 없다.



여성성의 두려움


어쩌다가 이 사달이 났을까? 문제점을 하나둘씩 꺼내보았다. 뒤늦게 나한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집안의 여성들, 친가와 외가의 3대까지 경제적으로 살아남아야 했다. 남자들은 생계를 책임질 능력이 떨어졌고 여성들이 가정을 책임지고 강하게 살아야 하는 환경이었다. 그런 강한 여성들 사이에서 자란 나는 무의식적으로 여성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내향적인 아이는 더 영향이 크다.


여전사 캐릭터, 여성의 강한 면을 드러내면 대화로 풀 생각을 못하고 간간히 잠수를 타버렸다. 습관성 갈등 회피행동. 상대방은 자신을 싫어하는 줄 알고 떠난다. 강한 생활력을 가진 할머니와 어머니의 모습을 동경하면서 두려워한다. 이런 모순적인 면은 정신의 나약함, 낮은 자존감, 자기를 알지 못하는 무지함에서 나오게 되었다. 단지 싫은 이유가 강한 여성 때문은 아니었다. 열등감, 억압, 콤플렉스 등 환경적 요인과 많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층층이 쌓여 있다.


인기를 향한 구도의 길


사람에 대한 심리적 공포는 외모에 반영되었다. 구부정한 허리와 어깨, 초점 없는 눈동자, 흐느적거리는 걸음걸이는 내면의 자존감 상태를 몸으로 나타냈다. 어떤 여자도 그 남자를 신뢰할 수 없다. 인기 없는 남자의 이유는 자신에게 있다. 외모가 좀 못나도 개성 있고 생기발랄한 사람들이 사람을 끌어당기는 법. 장기간 여성에게 외면당한 남자는 두 가지 길을 선택한다. 포기한 남자와 포기하지 않는 남자. 나는 포기를 선택했다.


포기의 길에서 또 두 가지 길을 선택해야 했다. 혐오의 길과 구도의 길, 인기가 없는 원인을 찾기로 했다. 구도의 길을 선택하고 비인기남의 분노의 여정은 시작되었다. 나를 찬 여성들을 향한 복수심으로 속전속결로 원인을 찾아들어 갔다. 내 속을 막상 까고 보니 황당했다. 여자들에게 차일만 했다. 원인은 내 안에 있었고 당연한 결과였다. 인기를 얻겠다는 일념으로 분노를 담은 구도의 길, 10년 만에 프러포즈를 허락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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