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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 Feb 25. 2019

꼴찌의 생존 방식

꼴찌의 갈등극복 연대기


노력하는 꼴찌학생

내 인생의 절대적 암흑기.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선택권도 없이 고1 담임선생이 나를 이과로 보내버렸다. 숫자 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수학이 가장 중요한 이과에 갔으니, 성적이 잘 나올 리가 없었다.


고등학교와 서도 반등수 깎아먹는 애물단지가 되었다. 하필이면 이과로 와서 제일 중요한 수학을 가장 못했다. 그렇게 3년을 긴장하며 살게 되었는데, 이게 미칠 것 같았다. 강남학교는 좋은 대학에 많은 학생들을 보내기 위해 서로 경쟁하는 것 같았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한 교육.... 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나는 여전히 노력하는 꼴찌학생이었다.


열심히 공부는 하는데 성적이 오르지 않는 학생이, 하필이면 친한 친구는 나와 반대였다. 놀면서 좋은 성적이 나오는 친구였다. 그렇게 같이 지내다 보니 열등감은 점점 깊숙이 쌓여갔다. 친구보다 2~3배는 책상에 앉아있는데 성적은 크게 오르지 않아서 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무슨 공부비법이 있는 것 아닌가? 내 머리가 돌머리라고 자책하게 되었다. 이제 좋은 대학은 글러먹었고 매나 맞지 말자. 선생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본능적인 생존 방식을 택했다.


나만의 생존 방식

사라지는 것, 내 존재감을 없애고 조용히 가만히 있기. 친구들이 나를 볼 때, 멍 때리고 있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고 한다. 생각을 하지 않고 멍하니 칠판만 바라보았다. 그러니 성적이 오를리 없고 집에 와서 책상에 앉아 졸다가 끝나는 경우가 일상이 되었다. 시험을 망치고 스스로 자책하고 화를 내는 것을 반복했다. 안 좋은 습관의 시작이다.



성적표 학습평가에 항상 적혀 있던 말, ‘의지박약, ‘집중력 부족’. 무서운 매질을 견디기 위해 정신을 놔버린다. 혹독한 현실을 잊기 위해 고통을 회피하는 습관이 이때 생기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 이 습관이 커져서 은둔형 외톨이로 연결되었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학생들의 대표적인 갈등 회피형이다. 사랑의 매로 포장된 폭력은 생존을 위한 여러 가지 습관을 만들어 갔다. 덕분에 고등학교 졸업할 때 자존감은 바닥상태였다.


성인이 된 후 멍 때리는 습관 때문에 일상적인 대화를 5분 이상 할 수 없었다. 상대방과 대화하다가 뇌 회로가 딱! 끊어지는 것 같다. 3년의 습관이 자동화되어 버렸다. 듣기가 안되니 말하기도 어설퍼졌다. 자신감이 떨어져 어휘력도 줄어들었다. 이러한 불능 상태는 의도치 않은 묵언수행처럼 되어 버렸다. 한국말도 안 하면 단어를 잊어버린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이처럼 얼마나 10대 청소년기가 중요한 지 나를 보면 알 수 있었다.


열등감, 그것은 갈등의 진원지.

소수의 우등생 빼고 다수의 열등한 인간을 만들어 가는 입시제도, 나는 오랜 시간을 선생님과 학교를 증오하고 있었다.  습관성 자기 비하로 자기 계발서를 얼마나 읽었는지 모른다. 열등감 극복하기 쉽지 않았다. 자칫하면 삶이 송두리째 파괴될 뻔했다. 지난 과거 폭력적인 학교환경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깝다. 어른의 한마디가 한 아이를 죽이고 살릴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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