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블로그를 했었다가 안 했습니다.
생각을 파고 파고 파다 보면 그 안에 있는 진실과 내면은 부정적이고, 허무하고, 냉정하고, 누군가 보기에 가학적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생각은 시기마다 바뀌어 그때 생각이 부끄럽게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제가 내뱉는 말과 내면은 건조하고 부정적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를 판단하는 나 자신은 그 누구보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이라고 자부합니다.
저는 일을 하기 위해 서울에 왔고, 제주도에도 갔습니다.
넓은 스펙트럼의 일을 하고 싶었고 그것들을 나름대로 노력한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습니다.
- 일은 가끔 당혹감을 줍니다.
우리를 판단하는 기준과 시선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겪지 못한 일들도 마주 할 때도 있고 생각보다 처참한 결과를 주기도 하며 기대보다 훨씬 좋은 반응이 올 때도 있습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경력이 경력인지라 그 일이 그 일 같고, 이 프로젝트가 저 프로젝트 같다고 느끼는 부분도 많지만 겪어보면 매번 새로운 즐거움, 매번 새로운 어려움이 공존합니다.
의뢰해 주는 사람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다를 시 불협화음이 존재하며 그것을 어떻게 빨리 좁히느냐가 제 임무의 넘버원이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습니다.
제가 갈팡질팡하면 작업을 하는 구성원 모두가 갈팡질팡하기 때문이죠.
비주얼이나 움직임의 답이 명확하여 명료하게 주는 일도 있지만
그것이 흐릿한 클라이언트도 생각보다 많습니다.
- 일은 가끔 허무함을 줍니다.
올해 꽤 많은 예산과 꽤 많은 인력이 투입이 되어야 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밤잠 안 자고 제작을 하던 과정에서 클라이언트의 그 팀이 구조조정으로 도중 날아가버린 일이 있습니다.
전날에도 새벽까지 진행하던 일이 다음날 아침에 전화를 받고 멈추게 되었을 때.
얼굴이 빨개지도록 전투적으로 모델링을, 애니메이션을, 스타일프레임을 진행하고 있던 팀원들을 보자니 시야가 까매졌습니다.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전날 내가 누군가를 혼낸 일은 무엇이고, 스토리보드를 몇 번이나 수정해 가며 했던 시간들은 무엇인지.
당혹감에 어찌할 바를 몰라 혼자서 2-3시간 동안 아무 말을 못 한 채 멍하니 있었습니다.
저런 사례뿐만 아니더라도 작업을 엄청 빡세게(?) 하다가 갑자기 훅 마감되면 밀려오는 공허함은 존재합니다.
결국 저는 일로 숨는 거라 생각합니다.
저런 감정을 느낄 수 없이 바로 넥스트가 있고. 바로 다른 일을 하는 방법으로.
- 일에 있어서 마냥 좋은 감정은 없습니다.
행복이란 단어의 정의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딱 꼬집어 말할 수 없지만.
저는 모두가 노력한 만큼의 성과가 나올 때 가장 행복합니다.
그 과정이 너무나도 복잡할 수도, 힘들 수도, 다른 길로 갔다가 돌아올지도 모르지만,
모두가 진취적으로 행동하여 모두가 예측한 GOAL보다 훨씬 좋은 방향으로 갔을 때 그만큼의 기분 좋음이 없습니다.
이게 말이 쉽지 진짜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렇기에 그러한 과정을 겪어준 모든 구성원에게 제가 남자라서, 투박해서 말은 못 해도 엄청나게 감사함을 느낍니다.
이 일에서 생각의 진취적 임도 중요하지만-
행동, 실행력에서 진취적인 태도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한 번은 엄청나게 방황했던 때가 있습니다.
저는 서울에서, 그리고 이 일을 하면서 삶이란 것을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지금도 저는 이곳이 타지라고 많이 느끼고-
지금도 소극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시대는 코로나를 맞이하였고 시간은 흘렀으며
올해 11월, 12월 프로젝트 다섯 개를 하는 동안 클라이언트 미팅은 모두 온라인 미팅이었습니다.
그전부터 그래도 되는데 마음이 안 놓여서 못한 걸지도 모르겠지만
이러저러한 일들을 겪다 보니 이제는 내려가도 되겠다는 마음의 확신이 섭니다.
그렇다고 삶을 제대로 생각해 봤다고 말 못 하겠지만..
이런 얘기들을 할 때마다 사람들은 제가 서울을 엄청나게 혐오하고, 지금이 괴롭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단호하게 지금의 삶이 20대, 30대 초반에 비하면 매우 매우 안정적이고 불편함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일단 어머니가 나를 걱정하는 연락이 없다는 것이)
사이사이 혼란함과 불안들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삶에 많은 영향력을 끼치는 정도는 아니며
이렇게 살면 어떻게 흘러가겠다는 나름대로의 예측도 조금은 됩니다.
2년 전 공주에 사무실을 하나 더 내야지 생각했다가 포기하고, 작년에도 어딘가 길게 좀 떠나야지 생각했던 것들이 무너진 경험이 있습니다.
저런 생각들은 결국 저는 어디론가로 떠나고 싶다는 겁니다.
이제는 마음의 채무감 때문이라도 해야 될 거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 과정이 즐거움이든 고통이든.
단호한 결정이지만 엄청난 각오는 아니며 힘들면 바로 올라올 생각도 있습니다.
이 글도 휘발되게 곧 날려버려야지 우후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