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은별 Apr 26. 2022

공인중개사는 모른 척 하나, 모르나

임대인과의 싸움 4화


*이 글은 임차인 입장에서 쓴 글로, 개인적인 경험에 기반한 생각입니다. 좋은 공인중개사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공인중개사는 모르는 걸까, 모르는 척하는 걸까>


1. 이번에 집을 구매하면서 내가 살고 있는 전셋집과 남자 친구의 전셋집 계약을 해지했다. 두 집 다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른 계약이었고, 새로 바뀐 임대차법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에 따른 계약은 묵시적 계약과 같다. 국토교통부 유권해석에 따르면 이 경우 임차인이 계약을 중도 해지하더라도 복비를 낼 의무가 없다. 도의적인 부분을 차치하고 이게 현행법이고 제도다. 


2. 그런데 우리가 만난 공인중개사는 이 사실을 말해주지 않았다. 둘 중 하나다. 모르거나 모른 척하거나. 법이 바뀐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모를 수 있다. 그런데 남자 친구 공인중개사한테 이 사실을 말했더니 "임차인분이 잘못 알고 있는 거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국토부 유권해석 등을 이야기 하면서 다시 알려줬다. 그랬더니 돌아온 말은 "아, 그런데 현실은 달라요. 임차인이 내셔야죠." 


  내가 만났던 공인중개사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 공인중개사는 임대인의 업무를 대리하고 있던 사람이라 더욱 그랬다. 처음엔 나한테 "잘못 알고 있다"라고 하더니, 역시 나중에 설명해주니 "현실은 그렇지 않다"라고 말했다. 




3. 솔직히 중간에 집을 빼야 하는 게 미안해서 복비를 낼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만난 공인중개사의 '무지'다. 몰라도 문제고 모르는 척했다고 하면 더 큰 문제다. 공인중개사는 전문가다. 국가자격증 중 하나인 공인중개사를 따면 토지와 건축물 등 매매 등 행위를 알선할 수 있다. 임대인뿐만 아니라 임차인도 전문가임을 믿고 부동산 중개를 맡긴다. 최근에 바뀐 법을 몰랐다는 건 본인이 게을러서 공부하지 않았다는 걸 실토하는 꼴이다. 일반인은 모를 수 있지만, 전문가는 모르는 걸 부끄러워해야 한다. 


모르는 척했다고 하면? 모든 전문직이 그렇듯, 공인중개사도 사실상 영업이다. 중개 대상인 집을 빼고 나가는 임차인보다 지속적으로 거래 관계를 맺어야 할 임대인이 우선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임차인을 속이기도 하는 경우도 상당수다. 스무 살 때 서울로 올라온 친구 하나는 두세 차례 집을 옮겨 다니다가 본인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 공인중개사들이 자기를 너무 속여서 사기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했다. 


관습으로 임차인이 복비를 내는 게 일반적이라고 하더라도, 정확히 현행 제도와 법을 알려준 다음에 관습을 알려줘도 늦지 않다. 모든 전문가는 기본적인 직업윤리와 양심이 있어야 한다. 기본윤리를 공인중개사법에 정해놨을 정도다. "공인중개사는 전문직업인으로서 지녀야 할 품위를 유지하고 신의와 성실로써 공정하게 중개 관련 업무를 수행하여야 한다." 




4. 1~3편에 썼던 임대인을 상대로 한 법적 절차는 진행 중이다. 이번에 잔금을 치르면서 부족한 돈을 구하느라 분노게이지가 더욱 올라간 상황이다. 어떻게 해서든 보증금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쓴 비용에 이자까지 받을 생각. 그런데 절차는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더디다. 최근 해외 출장 등 일이 몰려서 신경을 제대로 못썼더니 그 와중에 임대차지급명령을 신청한 지 거의 한 달 정도 흘렀다. 


오늘 법원 담당자한테 전화했더니 결재를 올려서 조만간 인용이 될 거라는 이야길 듣긴 했다. 인용이 되더라도 임대인에게 송달되고 이의신청 절차 2주까지 지나면 5월 중순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냥 소송을 낼 걸, 이라는 후회가 들 긴 하는데 어쨌든 한 푼이라도 아껴야 할 때라(소송비용을 더 하면 100만 원 정도 든다) 참고 있다. 조금 귀찮기도 하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