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이 보증금 소송 관련 마지막 글일 것 같다. 마침내 보증금을 받아냈다. 보증금 1억9900만원에다가 이자와 소송비용 등을 쳐서 약 370만원을 받았다. 보증금을 받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4개월이다. 1년 넘게 보증금을 받지 못해 마음고생하는 사람들 글도 자주 보다 보니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임대인이 악착같이 돈을 안 준다고 버텼으면 시간이 오래 걸렸겠지만, 그런 건 아니었다.
이자 370만원은 어떻게 보면 큰돈 같지만 사실 남는 건 별로 없는 장사였다. 기본적으로 들어간 소송 비용에다가 주택매매대금 부족한 금액을 채우려 여기저기 빌려다 쓴 돈 이자를 더해 계산해보니 약 100만원 정도 남긴 것 같다. 마음고생까지 한 것까지 생각하면 그다지 큰 돈은 아니다.
임대인은 새 임차인한테 보증금 600만원을 더 받았는데, 나한테 준 이자를 제하고 나면 약 200만원을 더 받았다. 200만원 역시 어차피 임차인한테 돌려줄 돈이니, 200만원에 연 이자 4%로 계산하면 약 6만7000원 정도 더 벌었다고 할 수 있다. 고소한 건 새 임차인이 임대인 얼굴을 봐야겠다고 해서(원래는 대리인인 부동산 컨설팅사를 통해 계약했었다), 임대인이 경남 하동에서부터 서울까지 올라왔다는 점이다. 경남하동에서 서울까지 왕복으로만 8시간이 걸린다. 대중교통을 타면 넉넉하게 왕복 10시간은 잡아야 했을 것이다. 편하게 집에서 남의 돈을 안주고 버팅기더니, 너무 고소했다.
첫 번째 글에서도 말했지만 내가 경험한 전세는 위험한 제도다. 나 역시 19살에 서울에 올라와서 수년 동안 월세살이를 하면서 전세살이를 꿈꿨다. 한 달에 50만 원씩 내고 원룸에 살다가 훨씬 적은 돈으로 투룸에 살 수 있다는 건 꿈만 같았다. 조건이 맞으면 은행에서 연 1~2%대 저금리로 돈을 빌려주니 한 달에 20만원이면 투룸에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결국 모르는 사람과 1억원 넘는 돈을 오가는 거래를 하는 것이다. 사기 치려는 사람은 널렸고, 전세가율이 90% 넘는 집도 허다하다. 전세대출을 활용한 갭투자는 부동산 가격 상승의 주범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매달 나가는 돈을 한 푼이라도 아껴보려고 전세를 찾는 사람들을 뭐라고 할 수 있을까. 전세제도를 보완해줄 수 있는 제도와 꽤 살만한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는 게 해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혹시라도 전세보증금을 못 받아 이 글을 검색한 사람들을 위해 힘내라고, 끝까지 싸우라고 말해주고 싶다.
최근에 재밌게 본 한국일보의 전세사기 기획기사 링크를 첨부한다. 혹시라도 전세를 구할 때 참고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