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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별 Jan 10. 2023

전세 사기, 나홀로 소송 준비하기 Step3

임대인과의 싸움 9화 

  브런치에 전세보증금을 받기 위한 나홀로 소송 글을 올렸었다. 글을 보고 구독레터인 <어피티>라는 곳에서 연락이 와서 전세사기 관련 기고를 하고 있다. 총 8회인데, 3회는 나홀로 소송을 하는 법, 나머지 5회는 전세사기를 당한 구독자들을 인터뷰한 내용들이다. 우선 첫 번째 기고문을 올려본다. 글을 좀 딱딱하게 쓰는 편인데, 어피티에서 손을 봐줘서 글이 말랑말랑해졌다. 



<어피티>의 12월2일자 머니레터 

전세 사기, 나홀로 소송 준비하기 Step3

글, 작은별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머니레터에 연재하게 된 작은별입니다. 앞으로 매주 금요일, 머니레터를 통해 저의 ‘전세 사기 경험담’을 풀어내려고 해요. 


전세 사기를 당한 세입자의 상황에서, 혼자 소송을 준비하고 돈을 받아내기까지 있었던 일화인데요. 힘든 시간이었지만 저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용기 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꿈의 전셋집이 악몽이 되다니


저는 19살에 상경해 10년 넘게 월세로 살면서 늘 전세살이를 꿈꾸었어요. 그러다 3년 전, 드디어 꿈이 이루어졌습니다. 


‘꿈의 전셋집’에 사는 동안 무척 행복했습니다. 월세보다 저렴한 대출 이자를 내면서도 주거 상황은 훨씬 좋았거든요. 그런데 전세보증금에 문제가 생기면서 꿈이 악몽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보증금을 줄 수 없다니요!


아이러니하게도 악몽은 희소식에서 시작됐습니다. 저는 2021년 말에 생애 첫 주택을 구매했어요. 계약금을 내고, 잔금을 내기 위해 전세보증금이 필요한 상황이었죠.


당시 전세 계약은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해서 2년 연장한 계약이었고 예정된 계약 만료시기는 2023년 6월이었어요. 


집주인에게 먼저 양해를 구한 뒤 집을 나갈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모든 게 잘 진행되는 것 같았어요. 집주인이 “보증금을 줄 수 없다”고 말하기 전까지 말이에요. 


집주인은 2023년 6월까지 살고, 그 이후에 이사 가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때 새로 임차인을 받아야 보증금을 올릴 수 있다는 이유였어요.


대화로 원만히 해결하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집주인과는 합의가 불가능했어요. 그 와중에 새로 산 집의 잔금을 치루는 날이 점점 다가왔고, 정말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결국, 저는 법적 대응을 하기로 결정했어요. 


혼자서 법적 절차 준비하는 3단계 


① 내 상황 파악하기

먼저, 제가 처한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전세계약 도중에 방을 뺀다고 하면, 크게 두 가지 상황으로 나눠볼 수 있어요.

계약이 첫 번째(최초) 계약이거나

계약의 묵시적 갱신 상황 또는 계약갱신 청구권을 행사한 경우


만약 최초 계약 도중에 임대인에게 집을 나간다고 통보했고, 임대인이 이를 거부하며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별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여전히 상호 간 계약상 의무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묵시적 갱신 상황이나 계약갱신 청구권을 행사한 이후 중도해지하는 것이라면 상황이 달라요. 임대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주택임대차법)’에 따라 임차인에게 계약해지 통지를 받은 3개월이 지난 뒤에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합니다. 


② 법조문 읽어보기

그다음으로 법조문을 찾아 읽었어요. 내 주장의 근거를 찾기 위해서였습니다. 물론 법조문을 읽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전세보증금을 생각하며 꼼꼼히 읽었습니다. 


키워드로 검색해서 찾아보세요


가장 먼저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찾았어요. 법은 부칙을 제외하고 제31조까지로 길지 않지만 이해하기 어려웠어요. 저는 필요한 내용만 이해하자는 마음으로 키워드를 검색해 찾아보았습니다. 


저는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한 이후 중도 해지를 원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갱신’이라는 단어로 검색했어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3(계약갱신 요구 등)이 계약갱신청구권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같은 조항 제4항을 보면 ‘제1항에 따라 갱신되는 임대차의 해지에 관하여는 제6조의2를 준용한다’고 써 있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갱신된 임대차계약을 해지할 땐 제6조2를 따라야 한다는 의미예요. 그래서 제6조의2의 내용을 찾아보았습니다.


제6조의2(묵시적 갱신의 경우 계약의 해지) 


① 제6조제1항에 따라 계약이 갱신된 경우 같은 조 제2항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契約解止)를 통지할 수 있다. <개정 2009. 5. 8.>

② 제1항에 따른 해지는 임대인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 [전문개정 2008. 3. 21.]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해 갱신된 임대차계약은 언제든지 3개월 전에만 해지하면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검증을 받아야 했어요. 


③ 무료 법률 상담 이용하기


저는 대한법률구조공단을 이용했어요. 법률구조공단은 법을 모르는 사람을 대상으로 무료로 법률 상담을 해주고 소송을 대리해주는 법률구조 복지기관입니다. 법률구조공단에서 방문·화상·전화·온라인 상담을 할 수 있어요. 


법률구조공단은 나 홀로 소송을 할 때 무척 유용해요. 전문가로부터 상담도 받고 홈페이지에서 필요한 각종 문서를 내려받을 수 있거든요. 


저는 회사 일도 바쁘고 마음이 급했던지라 전화 상담을 이용했어요. 아무래도 전화로 하다 보니 상담을 자세하게 하긴 어렵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법률구조공단과 국토교통부, 변호사 지인들에게 문의했습니다. 


내가 상황을 이해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다들 처음에는 계약 중도 해지 가능성을 묻는 말에 ‘어렵다’고 답했다가, 법조문을 하나하나 설명하니 ‘해지가 가능하다’고 답변했습니다. 아무리 전문가이더라도 새로운 법은 잘 모를 수 있으니, 내가 직접 알아보는 게 중요하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요. 


국토교통부 담당부서 등에 문의할 수도 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집 등을 안내하고 있고, 유권해석(국가기관이 하는 구속력 있는 법의 해석)을 내리는 기관이에요. 


저는 이렇게 여러 담당기관의 자문을 받으면서 소송을 준비했습니다. 법적 절차를 밟기에 앞서 토대를 준비해 놓은 건데요. 다음 주에는 본격적으로 법적 절차를 밟았던 경험을 이야기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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