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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별 Aug 08. 2022

지연된 정의?

임대인과의 싸움 7화 



<재판하면서 느낀 점> 


1.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법원이 시민의 권리 구제를 위해선 정확하고 합리적인 판결을 '빨리' 내려야 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중요한 건 '빨리'다. 예를 들어 부당해고를 당한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무효소송을 냈다고 생각해보자. 이 소송 결과가 빨리 나와야 이기든 지든 향후 인생 향방을 결정할 수 있다. 이기면 회사로 복귀하거나 밀린 임금을 받으면 되고, 지면 얼른 털고 다른 직장을 구할 것이다. 하지만 재판이 차일피일 늦어진다면 어떨까. A씨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허송세월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 


  예전에는 거창하게 들렸던 이 말이 직접 소송을 하면서 크게 와닿았다. 보증금 1억9900만원을 달라고 5월 18일 임대인을 상대로 본안 소송을 냈다. 이후 같은달 30일 이 사건은 조정 절차로 넘어갔다. 조정 기일은 또 20여일 뒤인 6월21일 잡혔고, 재판부의 조정결정은 한달 뒤인 7월21일에 나왔다. 조정 당시만 해도 일주일 정도 걸린다했던 조정결정은 한 달이나 걸렸다. 조정결정에 내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다시 본안소송이 진행되는데, 첫 변론기일은 이달 25일이다. 아마 소송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변론기일을 하고도 판결이 나기까지 최소 한 달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소송을 내고 1심 결과가 나오는 데 4개월은 기본이다. 


  최근 기사를 보면 그나마 내 재판 속도는 빠른 편인 것 같다. 임대차보증금 반환 소송은 그다지 복잡한 사건이 아니다.(증거서류라고 해봤자 10장 내외이고 복잡한 쟁점이 1도 없는데도 왜 수개월이 걸리는지 이해할 수는 없지만, 판사들의 업무 부담이 상당하다고 하니...)  7월29일자 조선일보 1면에 나온 <재판 뭉개는 판사들...얼굴 보는데 150일> 기사를 보면, 2년 내 1심 판결이 나오지 않는 장기미제 사건이 최근 5년 간 민사소송이 약 3배, 형사소송이 약 2배로 증가했다고 한다. 민사 사건 소장을 내고 첫 재판 기일이 잡힐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150일(5개월)이라고 한다. 


재판 지연에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법원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어떤 사건은 판사 입장에서 배당된 수많은 사건 중에 하나겠지만, 소송 당사자 입장에선 본인의 인생이 걸린 중요한 사건일 수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사진출처 = ENA> 


2. 6월말 <6회>를 쓸 때까지만 해도 법원의 조정 결정을 받아들이려고 했으나 앞서 말했듯이 조정결정이 늦어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정 결정이 3주 넘게 늦어지면서 그 사이 임대인이 갚아야 할 지연이자도 늘었다. 조정결정에 따른다면 내가 지연이자를 포기해야 하는데, 어차피 늦어졌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겠다, 싶었다. 그래서 조정결정 이의신청을 냈고 다시 본안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던 중에 저번주에 임대인 대리인한테서 전화가 왔다. 새로 들어올 임차인을 찾았고, 계약서를 작성한다는 전화였다. 나는 임대보증금은 물론이고 지연이자와 각종 소송비용 등을 내면 임대차 등기를 해지해주겠다고 말했고, 임대인이 이를 받아들인 상황이다. 새 임차인이 잔금을 내는 대로 보증금과 이자를 주겠다고 한 날이 이달 17일이다. 어느새 이자와 소송비용이 거의 400만원이 됐는데 임대인이 새 임차인한테 전세보증금을 600만원 올렸으니 오른 보증금에서 충당할 수 있게 됐다. (어차피 임대인이 다음 세입자한테 돌려줘야 할 돈이지만, 실질적으로 임대인이 손해 본 게 없어서 빡치는 부분이다.) 아직 마음을 놓긴 이르다. 뭐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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