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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생 Aug 28. 2024

재미없는 영화도 깔깔거리며 보기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되고싶다

  내 인생 가장 재미없고, 또 이해하기 어려웠던 로맨스 영화가 있다. 정말 적은 영화관에서만 상영했고, 또 그 안에서도 예매율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로맨스를 좋아하는 나는 그래도 로맨스인데... 재미가 없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친구와 함께 보러갔다. 다행히 친구에게 여러 영화를 제안했는데 딱 로맨스를 말해줘서 참 고마웠다.


  하지만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그 영화를 아마 혼자 봤더라면 15분 안으로 밖으로 뛰쳐나갔을 것이다. 정말 재미없는 플롯의 연속과 이게 도대체 왜 로맨스인지 모르겠는 연출이 가득했다. 하지만 같이 간 친구는 처음부터 영화를 보며 크게 웃었다. 나에겐 짜증이 날만한 연출이, 그 사람에겐 B급 혹은 그저 너무 어이없는 장면이라서 웃음이 났던 것이다. 어쩌면 이 데이트를 망치진 않을까 하며 노심초사 했던 나에게 안정을 주려고 했는지도 모른다.

그 날 먹었던 파운드케이크

  이런 모습을 보며 참 감사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오래 알고 지낸 사이지만 그래도 단 둘이 만나서 이렇게 데이트 아닌 데이트를 가지는 것은 처음인데, 나는 그 설렘에만 집중했던 것 같다.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 계획에 틀어지는 상황이 나와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평소에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솔직히 그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더 기울게 되었다.


  함께 술을 마시며 참 많은 이야기를 했다.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도, 또 떠나는 가까운 내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기도. 그리고 알고 지내왔던 시간에 대해서 말하기도 했다. 자주 못봤다 느꼈던 시간들이 알고보니 전부 기억 날 정도로 의미가 있었다. 부산을 떠나면서, 그래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공간에서 참 괜찮은 사람을 만났으니까. 나도 여기서 하나는 배워갈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음은 갈대 같다는 말에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싶지 않았다. 난 안다 내 마음이 누구보다 갈대 같이 잘 흔들리는 것을. 흔들리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했지만, 누가 그걸 꺾어버리면 참으로 허탈하다. 그것도 믿었던 사람이. 그럼에도, 그럼에도 다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난 세차게 흔들려 버렸다. 사실 그저 지나가는  마음이라 생각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냥 그런 흔들리는 마음이었다면 내가 기대는 모든 곳에 나쁜 감정만 남을 뿐이니까. 그래서 내가 흔들리는 곳에는 최소한, 좋은 향기라도 남았으면 한다. 나에게 최악의 영화를 최고의 기억으로 바꿔 준 사람처럼. 나도 그런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내 스물여섯, 여름의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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