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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생 Aug 27. 2024

꽃을 바라보는 그 다정함

누군가 나를 꽃을 보듯 바라볼 수 있기를

꽃을 보는건 아무 조건없이 본다. 약간은 꺾여 있더라도, 또 바람에 불어 휘청거리더라도 내 눈엔 예쁘다. 하지만 내 마음을 볼때 참으로 한심하다. 조금만 흔들려도 엄격해지고, 꺾인 마음을 볼때면 이렇게 힘들 수 없다.


  봄이 지나가는 시간에 주변의 친구들이 하나 둘 연락이 온다. 어디를 갔더니 예쁜 꽃이 피었다, 혹은 날씨가 너무 좋더라 등. 또 소식이 끊긴 친구들의 프로필 사진이나 배경사진이 바뀌어, 얘도 봄을 잘 즐겼구나 싶은 생각을 한다. 만약 그리운 사람이라면 함께 꽃을 보러 갔던 추억을 회상하기도 한다.

  꽃들은 많은 기억을 지니고 있다. 자신을 보러와준 많은 관광객들, 또 가끔 내렸던 비들이나 자주 얼굴을 비춰주는 햇빛같은 것들에 대한 기억이 있다. 또 가끔은 자신을 알아봐주지 못하고 그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속상해 하기도 하고, 흙에 사는 많은 해충들에 괴로워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바닥에서 싹을 틔우고 올라오는데 얼마나 많은 힘을 썼을까.


  그래서 한 때는 꽃집을 하고싶다는 생각도 했다. 나는 슬픈 이유로 꽃을 사러 간 적이 없으니까. 항상 행복한 마음과 떨리는 마음으로 꽃집에 갔기 때문에 그런 사람들만이 가득한 곳이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은 장소이기도 하더라. 전부 각자의 사정을 담아 오더라. 사랑하지 않아도 사랑하는척, 사랑해도 사랑하지 않은 척 그렇게 오는 곳인 것 같다.


  그래도 난 꽃에 좋은 기억만 들고 가져가고 싶다. 좋은 날 축하를 위해 줬던 꽃이나, 사랑하는 이를 위해 부끄러워 하며 구매한 꽃들과 같은 감정만 가지고 싶다. 그리고 그 꽃을 받던 사람들의 행복한 얼굴만을 기억하는 꽃으로 살아가면 좋겠다. 그리고 내 꽃을 받은 모든 이들이, 이런 내 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나는 전부 그들을 꽃처럼 생각했다는 것을.


  내 마음도 꽃을 보듯 보면 좋겠다. 항상 좋은 마음만 나에게 남아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언제나 어렵다. 항상 좋은 마음으로 세상을 보기 위해서는 많은 힘을 써야한다. 그렇게 세상에 온 힘을 쓰다보면 정작 내 마음에는 신경쓰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누군가 나를 꽃처럼 바라봐줄 사람이 필요해진다. 결국 나는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남는가보다.


  다정함은 지능이라는 말이 있다. 또 누군가 친절은 체력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다른 이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기 위해서는 친절을 위한 힘이 남아있어야 한다. 또 다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적절한 행동을 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건 꽤나 복잡성이 높은 일이다. 결국 좋은 사람이 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내가 그러지 못했던 이유는 내 마음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여유를 위해선 날씨 좋은 날에 커피를 마시거나 맛있는 디저트를 먹는게 아닌, 매일 변화 없는 틀에 박힌 일을 해내며 그 속에서 안정감을 찾는 것이다. 그러니 매일 운동하고, 공부하고 또 대화를 하다 보면 나도 꽃 처럼 다정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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