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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생 Aug 29. 2024

가끔은 마음이 내려앉기도 한다

  살다보면 여러가지 이유로 사람을 바꾸고 싶은 충동에 시달리게 된다. 그것은 아마 직장에서 나에게만 깐깐한 상사에게 향한 것일수도, 또 우리가 사랑했던 기억속의 그 누군가가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이 바뀐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란걸 알고 있고, 또 그런 시도는 보통 실패한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겪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린 끊임없이 그런 생각을 하고 가뭄에 비 나듯 바뀐 사람들을 보게 된다. 무엇이 우리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들고 사람들을 계속 바꿔가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무언가 기대를 한다는 것은 아직 그 사람에게 조금이나마 애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문장에서 애정이라는 것은 꼭 애착이나 사랑의 의미가 아닌, 그저 그 사람을 무시할 수 없는 아주 작은 마음 정도라고 생각해보자. 결국은 같이 있어야 하고 또 미래를 같이 그려나가야 하는 사람들이 이 집단에 속하게 될 것 같다. 우리는 왜 이 사람들을 바꾸고 싶을까. 가장 솔직한 이유는 나에게 '거슬려서'일 것이다. 하지만 그 거슬리는 행동을 교정하기 위해선 정말로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도 문제지만 그 행동은 단지 '거슬린다' 수준에서 끝나기에 이야기 조차 꺼내기 애매한 경우가 많다.


  이런 사소한 문제들 말고 약간은 큰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술 문제나 공부 문제는 어떤가. 술을 마시러 나갈 때 마다 필름이 끊겨 온다면 이 사람은 바뀌어야 하는게 맞을까. 혹은 애인이 있는 사람이 이성이랑 술을 자주 마시러 나간다면 그건 바뀌어야 하는 것이 맞을까. 아마 모두가 '그렇다'라고 대답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술을 그렇게 마시는 것에 대한 심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이런 사람을 마주칠 때 마다 다그치기만 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해 최소한 나는 단 한 사람도 바꾸지 못했다. 잠시 바뀌는 듯 하다가 전부 제자리로 돌아오게 되었다.


  차라리 이런 문제가 위에 언급한 아주 작은 애정이 있는 사람에게 발생하면, 사실 스트레스를 조금 받고 그만둘 문제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정말 애정이 있는 사람에게 보인다면 이건 단순한 스트레스가 아니다. 약간 과장된 표현으로 생존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에겐 보통 다름을 받아들이기 마련인데 그렇지 못했다는건 정말 큰 문제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는 애정을 그만둘지, 기대를 그만둘지에 대한 기로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그 말로는 보통 관계의 끝이 된다.


  그래서 이건 어려운 문제다. 누군가도 나에게 바뀌길 바라는 점이 있을텐데 그것 조차 바꾸지 못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감히 내가 상대방에게 바뀌길 요구해도 되는가 하는 고민도 많이 든다. 내 결론은 그냥 '나부터 잘하자'이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면 주변에 더 괜찮은 사람으로 가득해지지 않을까. 그러면 서로에게 바뀌길 바라는 빈도가 줄어들어 부적절한 충동에 시달릴 일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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