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줄서기, 대중교통, 이웃 소통 등
일본에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하루하루가 새로웠고, 모든 게 낯설었지만
그중 몇몇 순간들은 “이게 이렇게까지 철저하다고?” 싶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한국과 닮은 듯하면서도 분명히 다른 일본.
그 사이에서 제가 느꼈던 7가지 문화 충격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1. 화장실, 버튼 천국
처음 공공화장실에 갔을 때,
좌변기 옆에 붙어 있는 복잡한 버튼 패널에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 내림’은 기본이고,
‘비데 강도’, ‘건조 바람 온도’, ‘음향 효과’까지...
이건 거의 조작 패널 수준이더라고요.
한국의 단순한 변기와는 너무 다른 세계였죠.
게다가 화장실 안이 너무 조용해서
볼일을 보는 소리조차 민망했던 저는
‘물소리 효과 버튼’을 누르며 문명의 이기를 처음 실감했습니다.
2. 줄서기, 마치 의식처럼
편의점, 버스 정류장, 심지어 엘리베이터 앞까지.
줄을 서는 질서가 너무나 자연스러운 풍경이었습니다.
신호가 바뀌었는데도, 앞사람이 먼저 가지 않으면
절대 따라 나서지 않는 모습은
처음엔 “왜 이렇게 눈치를 보지?” 싶을 정도였어요.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는
‘질서를 지키는 게 서로를 존중하는 방식이구나’ 하고
그 의미를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3. 대중교통 속 고요함
지하철을 타면
소리가 나는 건 오직 바퀴 마찰음과 안내방송뿐.
누군가 통화라도 하면 온 차 안이 그 사람에게 집중되는 기분이 들 정도예요.
일본에서는 전화는커녕, 말도 잘 하지 않습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그 조용한 분위기가 오히려 좋습니다.
복잡한 하루 중 잠깐의 고요를 누릴 수 있는 시간.
그게 일본의 대중교통이 주는 ‘배려의 공간’ 같아요.
4. 이웃과의 ‘적당한 거리’
한국에서는 이사 오면 인사도 하고,
같은 층 주민과는 얼굴 정도는 익히는 게 자연스럽죠.
하지만 일본에서는 이웃 간 인사가
없어도 어색하지 않은 문화라는 걸 실감했습니다.
물론 예의는 있지만, 그 이상을 넘지 않아요.
무관심이라기보단,
서로의 경계를 지켜주는 조심스러운 태도에 가깝습니다.
처음엔 조금 쓸쓸했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편하기도 합니다.
5. 분리수거의 디테일
일본의 쓰레기 배출 방식은 정말 **‘세밀함의 끝판왕’**입니다.
태울 수 있는 쓰레기, 태울 수 없는 쓰레기, 플라스틱, 병, 캔, 종이, 대형 쓰레기…
종류별로 요일이 다르고,
심지어 우유 팩은 씻고 말린 뒤 펴서 묶어야 해요.
이걸 지키지 않으면 경비실에서 연락이 오거나
쓰레기봉투에 ‘반려’ 스티커가 붙은 채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6. ‘아리마센’으로 대신하는 거절
일본 사람들은 직접적인 거절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건 곤란하네요”, “조금 어렵겠네요”, “생각해 볼게요”
이 말들의 진짜 뜻은 거의 “안 됩니다”인데,
처음엔 그 뉘앙스를 못 읽고
계속 들이대다가 민망한 적이 많았습니다.
돌아보면,
그 완곡한 표현 뒤에는
상대의 체면을 세워주려는 배려가 담겨 있었던 것 같아요.
7. 고장 난 자동문에도 붙어 있는 사과문
어느 날 지하철역 화장실에 갔더니
자동문이 고장 나 있었는데,
그 위에 붙어 있는 안내문이 이랬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고치기까지 며칠이 걸릴 수 있습니다.
기다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불편에 대한 안내가 아니라,
‘이해해줘서 고맙다’는 태도.
그 따뜻한 표현 하나에 괜히 마음이 누그러지더라고요.
일본에 산다는 건, 아주 작은 차이들의 연속
문화 충격이라는 말이 꼭 부정적인 뜻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 나라의 생활 방식, 생각의 틀, 사람을 대하는 자세를
다시 배우는 과정이니까요.
일본은 조용히, 하지만 철저하게
자신들만의 질서와 배려의 문화를 만들어 왔고
그 안에서 저는 ‘적응’보다는
‘존중하는 법’을 배워가는 중입니다.
아직도 가끔 놀라긴 하지만,
그 순간들이 결국 저를 더 유연하게 만들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