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걷는 아이, 그걸 기다리는 일본 엄마들

어린 나이부터 스스로 등원하거나

by 라일락향기

처음 일본에 와서 아침길에 본 장면은 조금 충격이었습니다.

노란 모자를 쓴 초등학교 1학년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골목 끝에서 인사를 하고는 혼자 횡단보도를 건너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걷고 있었던 겁니다.

그 뒤를 따르는 어른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저 아이, 정말 혼자 학교 가는 거야?'


한국에선 상상하기 어려운 장면이지만,

일본에서는 매우 흔한 풍경입니다.


1. '혼자 걷기'가 문화인 나라

일본의 부모는 아이가 스스로 걷는 경험을 ‘이른 독립’의 시작점으로 여깁니다.

심지어 유치원 졸업 전부터, 근처 공원이나 동네 마트를

아이 혼자 다녀오게 연습시키는 부모도 있습니다.


이때의 핵심은 ‘믿고 기다리는 것’.

위험을 막기 위한 철저한 준비는 하되,

스스로 길을 찾고, 사람을 마주하고,

경험 속에서 배우는 시간을 일부러 허락하는 모습이었습니다.


2. 혼자 전철 타는 아이들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플랫폼,

가방보다 몸이 작아 보이는 아이가 조용히 줄을 서 있습니다.

한 손엔 스이카 교통카드를 꽉 쥐고,

내릴 정거장 이름을 되뇌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자주 보입니다.


보통 초등학교 중학년부터는 혼자 전철을 타는 경우도 많습니다.

부모는 미리 코스를 함께 연습하고,

아이도 정확히 시각과 위치를 파악하도록 훈련받습니다.

물론, 주변 어른들도 자연스럽게 이런 아이들을 ‘지켜주는 문화’가 깔려 있죠.


‘내 아이도 언젠가는 혼자 전철을 타겠구나’라는 생각에

처음엔 불안했지만, 일본식 독립 교육의 논리를 조금씩 이해하게 됐습니다.


3. ‘함께’가 아닌 ‘스스로’ 배우는 습관

한국에서는 아이가 혼자 어디를 간다고 하면

주변에서 금세 걱정이 쏟아집니다.

“너무 위험해”, “요즘 세상에 어떻게 애를 혼자 보내?” 같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하죠.


하지만 일본에서는 ‘경험을 통한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며,

오히려 아이가 너무 오래 부모 곁을 맴도는 것을 걱정합니다.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이겁니다.

“아이도 엄마도 서로 조금씩 떨어지는 연습을 해야 해요.”


4. 사고가 안 나는 게 아니라, 사회가 함께 감싼다

물론 일본이라고 해서 모든 아이가 안전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작은 사고나 낯선 사람과의 접촉도 간혹 발생하곤 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사고를 100% 막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가 아이를 보호하는 ‘눈’을 갖고 있다는 점이죠.


이웃 주민들은 아이가 지나가면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고,

상점 주인은 혹시 아이가 길을 잘못 들면 곧장 도와줍니다.

학교와 경찰서, 지역 커뮤니티가 함께

‘아이 혼자 걷기’를 일종의 공동 책임으로 인식하는 듯합니다.


마치며 – 기다려주는 힘, 놓아주는 용기

아이가 혼자 걷는다는 건 단순히 길을 걷는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길을 찾고, 결정을 내리고,

실패와 긴장을 스스로 감내하는 훈련이기도 하죠.


일본 엄마들이 무심한 듯, 멀찍이서 지켜보는 그 모습 뒤에는

사실 굉장한 결심과 기다림의 시간이 숨어 있습니다.


저도 오늘 아침, 우리 아이가

처음으로 혼자 우산을 챙기고 나서는 걸 문 앞에서 지켜보았습니다.

발걸음은 작았지만, 마음만은 단단해 보였습니다.


이제부터는, 그 아이를 믿고 기다리는 시간도

부모가 함께 걸어야 할 '성장의 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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