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육아의 일상화

‘이쿠멘’이라는 이름의 변화

by 라일락향기

아침 8시 무렵, 도쿄 외곽의 한 주택가.

양복 차림의 남성이 유치원 앞에 서 있습니다.

한 손엔 아이의 가방을, 다른 손엔 아이의 작은 손을 꼭 잡은 채.

아이를 다정하게 안아주고 다시 출근길로 향하는 이 장면은

이제 일본에서 더 이상 ‘특별한’ 풍경이 아닙니다.


1. ‘이쿠멘’이라는 단어의 등장

‘이쿠멘(育メン)’이라는 단어는 ‘육아(育児)’와 ‘멘(남성)’을 합친 말입니다.

일본 정부가 아빠들의 육아 참여를 장려하기 위해 만든 신조어죠.

2010년을 전후로 각종 미디어에 오르내리며,

육아하는 남성이 사회적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초창기에는 ‘멋지다’, ‘드물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이제는 이쿠멘이 ‘일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2. 아침에 등원시키는 아빠들

지하철역에서 유치원까지 걷는 짧은 거리,

그 시간 동안 아빠들은 아이와 작은 대화를 나눕니다.

“오늘은 유치원에서 뭐하고 싶어?”

“도라에몽 도시락 잊지 말고 먹어!”


일본 직장인 특유의 ‘정시 출근’ 문화 속에서도

아빠들이 아침 등원을 도맡는 풍경은 이제 제법 많아졌습니다.

심지어 회사에서는 “오늘 아침은 아이 등원이 있어서 조금 늦습니다”라는

사유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곳도 늘고 있습니다.


3.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아빠들

더 인상적인 건,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 비율이 점점 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직 전체적으로는 10~15% 수준이지만,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는 아빠의 육아휴직이 더 이상 낯설지 않죠.


육아휴직을 신청한 한 일본인 아빠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아이가 아빠를 기억하지 못할 것 같아서요.”


출세를 위해 ‘사라지는 존재’가 되어야 했던 아빠의 자리가

이제는 아이 옆에서 ‘기억되는 존재’로 바뀌고 있는 겁니다.


4. 엄마들의 반응도 변하고 있다

아빠가 육아를 한다고 하면,

예전에는 “그래도 도와준다고 해주는 게 어디야”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표현조차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육아는 함께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엄마들 사이에서도

“아침엔 남편이 등원 시키고, 저는 늦게 퇴근해요”

“주말엔 남편이 밥하고 청소도 다 해요”

이런 대화가 자주 오갑니다.

이쿠멘은 더 이상 이벤트가 아니라

‘가족의 역할 분담’이란 인식으로 바뀌고 있는 중입니다.


5. 아빠가 바뀌면, 아이도 바뀐다

어느 날 저녁 공원에서, 한 아이가 아빠의 무릎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아빠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아이 머리를 쓰다듬고,

아이는 편안하게 몸을 기댄 채 집중하고 있었죠.


그 장면이 너무 인상 깊어서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아빠와의 시간이 저 아이에게 얼마나 큰 안정감을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육아는 ‘누가 더 많이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의 정서 안에 누가 얼마나 오래 머무르느냐의 문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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