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들
아기를 낳고 처음 맞는 1년.
이 시기를 일본에서는 ‘마마 1년차’라고 부르곤 한다.
아기가 세상에 나온 지 1년이지만, 엄마로서의 삶도 갓 시작된 1년이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일본은 육아 지원이 잘 되어 있다”고 말하지만,
막상 그 안에 들어가 보면 예상치 못한 외로움, 불안, 고립감이
생각보다 더 크고 오래 남는다.
그중에서도 일본에서 출산 후 첫해를 보낸 엄마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진짜 힘든 순간들’을 하나씩 정리해 보고자 한다.
1. 조용한 축복 속에 찾아온 고립감
일본은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여겨지는 문화다.
그만큼 출산을 해도 이웃이나 직장 동료가 크게 축하하거나
도움을 주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병원 퇴원 이후 집으로 돌아온 순간부터,
엄마는 혼자서 신생아와 마주하게 된다.
시댁도 부모님도 먼 지역에 사는 경우가 많고,
초기에는 산후도우미나 간병인을 쓰는 것도
왠지 낯설고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다.
결국 집 안에서 아기 울음소리와 나 자신만 남는 날들이 반복되며,
처음 엄마가 된 여성들은 심한 고립감과 감정 기복을 겪게 된다.
2. 병원 밖에서는 거의 혼자
출산 전까지는 정기검진과 교육 프로그램이 체계적으로 운영되어
산모가 병원이라는 보호막 안에 있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출산 후, 특히 산후 1개월 검진을 끝내고 나면
의료기관은 점차 엄마를 놓아준다.
육아는 병원이 아닌 ‘집’에서의 몫이 되는데,
신체적 회복이 완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밤낮 없는 수유, 수면 부족, 모유 문제를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일본은 조리원 문화가 없어
대부분의 산모는 출산 후 5~7일이면 집으로 돌아가야 하며,
산후 회복 기간이 짧아 신체적·정신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3. 아기 중심으로 바뀌는 인간관계
아기를 낳기 전에는 친구들과 자유롭게 커피도 마시고,
직장 동료들과의 대화 속에 나란히 설 수 있었던 자신이
어느 순간, '육아 전담자'로 완전히 바뀌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일본은 특히 경력단절을 막기 위한 지원은 있지만,
복직 후에도 주변의 눈치와 현실적인 업무 부담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결국 직장을 떠나게 된다.
그 이후 엄마들의 세계는 ‘지역 맘 카페’나 ‘육아 센터’로 제한되기 쉬우며,
이곳조차도 첫 발을 들이기까지 큰 용기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다 보니 관계가 단절되고,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닌 것 같다’는 상실감을 겪는 이들도 많다.
4. 도움을 청하는 것이 어려운 분위기
일본 사회는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높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문제는 ‘부모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주변에 쉽게 도움을 청하거나
육아로 힘들다고 말하는 것조차 주저하게 된다.
어떤 엄마는 아기가 울 때마다
아랫집에 폐가 될까 봐 창문을 꼭 닫고,
한밤중에도 소리를 죽이며 안아 달랬다고 한다.
타인의 시선과 기준 속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운 구조가
육아를 더욱 고립된 것으로 만든다.
5. '엄마'이기 이전의 나를 잃지 않기 위한 노력
가장 힘들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한 건
엄마로서의 역할과 나라는 개인 사이의 균형이다.
일본 사회는 점점 ‘개인의 삶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중심으로 삶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잃지 않기 위한 몸부림을 겪는다.
그래서 요즘 엄마들 사이에선
짧은 혼자만의 시간이라도 확보하려는 움직임,
심리상담이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감정 공유,
육아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지역 자조모임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누군가는 말한다.
“일본은 육아휴직도 길고, 보육도 잘 되어 있는 나라 아니냐”고.
하지만 출산 후 첫 1년은
제도만으로는 다 감당할 수 없는
아주 개인적이고 복잡한 감정의 시간이다.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간다는 건
사람으로서의 나 자신을 지켜내려는
하루하루의 작고 치열한 선택들의 연속이다.
그 길 위에서,
나와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어딘가의 또 다른 엄마에게
이 글이 조용한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