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과 방식
아이를 키우는 문화는
그 나라의 가치관을 가장 잘 보여주는 거울이 된다.
일본 육아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아주 이른 시기부터 ‘예절’을 교육의 중심에 둔다는 점이다.
아직 자기 의사 표현도 서툰 나이에
왜 ‘예절’이라는 말부터 배우게 될까?
그리고 일본은 어떻게 이 예절 교육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걸까?
일본 부모들은 아이가 말을 배우기 전부터
예절을 습관처럼 접하게 만든다.
식사 전의 ‘이타다키마스’,
식사 후의 ‘고치소사마데시타’는
아이들이 말을 떼기 전부터 부모가 아이 앞에서 꾸준히 반복하는 말이다.
아이는 이런 표현을 ‘형식적인 말’이 아니라
밥을 먹기 전에 당연히 하는 인사처럼 받아들인다.
그리고 인사는 항상 정면을 보고, 고개를 숙이며,
상대의 눈을 마주치고 말하는 것까지 세심하게 지도한다.
‘말의 내용’보다 ‘행동의 형식’을 먼저 가르치는 방식이
일본 예절 교육의 특징 중 하나다.
일본의 어린이집(호이쿠엔)이나 유치원(요치엔)에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태도’를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정리 정돈을 스스로 하기”, “줄을 설 때 조용히 기다리기”,
“상대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기” 같은 항목이
생활 교육의 중심에 놓여 있다.
특히 모래놀이, 역할놀이, 식사 시간 등 일상의 모든 순간이
‘예절 교육’의 기회로 활용된다.
예를 들어, 장난감을 다 쓴 뒤 제자리에 놓지 않으면
“네가 다음 친구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질문하고,
스스로 생각하게 만든다.
아이들에게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조금씩 몸으로 익히게 하는 것이다.
일본 부모들은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치기 전에
자신이 먼저 그 모습을 보여주려는 경향이 강하다.
길에서 만난 이웃에게 정중히 인사하는 모습,
마트 계산대에서 점원에게 고맙다고 말하는 장면,
공공장소에서 불필요한 소음을 줄이는 태도 등.
부모가 하는 ‘평범한 행동’이
그대로 아이에게 교육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아에 있어 예절 교육은
훈육이나 지시보다 ‘함께 생활하면서 스며드는 것’으로 여겨진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아이들이 예절을 잘 지키지 못했을 때,
일본 부모들은 바로 꾸짖기보다는
그 상황을 ‘배움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는 점이다.
“괜찮아, 다음엔 이렇게 해 보자.”
“지금은 조금 서툴렀지만,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이런 말들 속에서
아이들은 ‘예절’이 단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을 들여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이라는 걸 체득한다.
그래서 예절을 지키는 것이 강요가 아닌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약속’처럼 받아들여진다.
예절은 일찍 배울수록, 강요 없이 자연스러워진다
한국에서는 예절 교육을 일정 나이 이후의 ‘인성 교육’처럼 생각하는 반면,
일본은 아이가 말을 하기 전부터도
‘예의 바른 태도’를 일상으로 만들어간다.
단순히 인사말을 가르치거나,
절을 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 스스로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끼고 받아들이게 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일본 육아에서 예절은 따로 떼어낸 교육이 아니라
생활 그 자체로 존재한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가장 먼저 배워야 할 태도이자,
가장 마지막까지 남는 인간다움이기도 하다.
아이를 향한 가르침이란 결국
삶의 태도를 물려주는 일이다.
일본의 육아에서 예절 교육은
그 태도를 오래 걸려 가르치고,
천천히 이해시키고,
그 안에서 아이가 자기 삶의 기준을 만들어가도록 돕는 방식으로
차곡차곡 쌓여간다.
그 모습은 때로 느리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단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