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원 추첨'의 현실
아이가 생기고 나서야 처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일본에서는 그중 하나가 바로 어린이집 입소 경쟁이다.
아이가 어느 정도 자라고,
이제 복직을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많은 부모들이 벽처럼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 있다.
바로, ‘보육원 추첨’이라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은 단순히 운에 맡겨지는 일이 아니라,
사회 구조와 정책, 가정의 상황이 얽힌
복잡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일본의 어린이집(보육원)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인정보육원(認可保育園)과 무인가 보육원(認可外保育園)이다.
인정보육원은 시청에서 정한 기준에 맞는 공적 기관으로,
보육비가 저렴하고 서비스 품질이 일정 기준 이상으로 유지된다.
반면
무인가 보육원은 민간에서 운영하며,
입소 기준이 비교적 자유롭지만 보육비가 높고 보조금 혜택이 제한적이다.
문제는 모두가 원하는 인정보육원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입소 희망자 수가 정원을 초과하는 경우,
결국 ‘점수’와 ‘추첨’으로 입소 여부가 갈리게 된다.
인정보육원 입소는
‘보육 필요도’를 기준으로 한 가산점 시스템에 따라 결정된다.
부모가 모두 풀타임 근무 중이면 점수가 높고,
조부모의 거주지, 형제의 재원 여부,
모자 가정 여부 등이 점수에 반영된다.
하지만, 동일 점수대 지원자가 많을 경우엔
무작위 추첨으로 입소가 결정된다.
이때문에 ‘맞벌이에 형제도 재원 중’인 가정조차
떨어지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일본에서는 이 과정을
‘保活(호카츠, 보육원 입소 활동)’이라고 부를 정도로
신청부터 결과 발표까지 긴장과 스트레스가 뒤따른다.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 같은 대도시권은
출산율 감소에도 불구하고
‘보육원 입소 경쟁’은 여전히 치열하다.
특히 0세1세반은 정원이 적고
대기 수요가 많아 경쟁률이 35배 이상인 경우도 있다.
게다가 시구청마다 보육 정책과 정원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구역 내에서도 입소 가능성이 크게 달라진다.
그 결과
부모들은 주소를 옮기거나,
임시로 휴직 상태를 조정하거나,
심지어 출산 시기를 조율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인정보육원에 떨어지면
무인가 보육원을 알아보게 된다.
이곳은 입소가 비교적 자유롭지만,
월 7만~15만 엔 수준의 보육비가 부담이 될 수 있다.
또는 일시 보육(一時保育) 제도를 통해
주 1~3회, 몇 시간 단위로 이용하는 방식도 있다.
하지만 일시 보육 역시 수요가 많아
예약이 어려운 곳이 많고,
정기적인 양육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많은 엄마들이 출산 후 복직을 고민하며
보육원 입소를 기대하지만,
실제로는 그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복직을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엄마가 일하려면, 아이를 맡길 수 있어야 한다’는
너무 당연한 논리가
일본에서는 여전히 추첨 운에 좌우되기도 한다.
최근에는 보육 정원 확대,
0세 아기반 보육 인원 비율 개선,
남성 육아휴직 장려 등
정책적 변화가 시도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부모들이
입소 신청서를 들고 한숨을 쉬고 있다.
어린이집은 단순히 아이를 맡기는 공간이 아니다.
부모가 다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받쳐주는 첫 번째 발판이기도 하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나라’란
그 발판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놓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일본 엄마들이 몸으로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