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아교육의 특징

놀이 중심 vs 규칙 중심 교육

by 라일락향기

‘유아교육’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각 나라의 교육관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일본에서 아이를 키우며 느낀 가장 인상적인 점은,

놀이라는 자유로움과 규칙이라는 질서가

절묘하게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이에게 모든 걸 허용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너무 일찍부터 정해진 틀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 글에서는 일본 유아교육의 구조와 방향,

그리고 그 안에서 아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라나는지를

놀이 중심과 규칙 중심이라는 두 키워드를 통해 살펴보려 한다.


기본은 ‘놀이’다, 하지만 그냥 놀게 두지는 않는다

일본의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놀이’를 중심으로 하루 일과가 구성된다.


블록 쌓기, 역할 놀이, 야외 활동,

계절 행사, 만들기 수업 등

형식은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강조되는 건

아이 스스로 선택하고 주도하는 시간이다.


하지만 이 ‘놀이’ 속에는

어른의 눈에 보이지 않는 ‘교육적 설계’가 숨어 있다.


예를 들어 블록을 나눠 쓰면서 기다리는 법을 익히고,

역할놀이에서는 사회적 역할과 말하기, 배려를 배우며,

신체 놀이를 통해 협동성과 도전 정신을 기른다.


즉, 놀이는 그 자체가 학습이자 사회화 과정인 것이다.


규칙을 가르치는 방식도 다르다

놀기만 한다고 해서

일본 유아교육이 자유방임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규칙과 습관 교육은

매우 철저하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그 방식은 지시와 통제가 아니라

반복과 환경 설계를 통한 내면화에 가깝다.


예를 들어, 아침 등원 후 가방 정리, 손 씻기, 인사하기는

매일 반복되는 일과 속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하고,

장난감 정리는 ‘스스로 놀았으면 스스로 정리하는 것’이라는

구조적 습관으로 자리 잡힌다.


실수를 하더라도 크게 혼내기보다는

“다음엔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자기 인식 중심의 질문이 주를 이룬다.


‘사회 속의 나’를 배우는 첫 경험

일본 유아교육의 가장 큰 목적은

‘지식 습득’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친구와 다투었을 때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타이밍을 알아차리는 감각,

다 함께 활동할 때 나의 역할을 고민하는 태도 등은

일상 속 반복을 통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며

아이들은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상대와의 관계 안에서 존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한글, 영어보다 먼저 가르치는 것

한국에서는 유아기에 한글, 수학, 영어를

조기교육의 일환으로 가르치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은 비교적 인지적 교육은 뒤로 미루는 편이다.


대신에

“자기 것을 스스로 챙길 수 있는가”,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가”,

“무리 속에서 함께 어울릴 수 있는가”

라는 ‘생활력’과 ‘사회성’을 먼저 키우는 데 집중한다.


물론 최근에는

사립 유치원이나 국제계열 어린이집에서는

영어, 수학, 미술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되지만,

그 핵심은 여전히 ‘놀이 속 학습’이다.


일본 유아교육이 주는 시사점

일본식 유아교육을 가까이서 보고 나면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단지

‘많이 가르치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무언가를 빨리 시키기보다는

‘스스로 하고 싶어질 때까지 기다려주는 여유’,

무엇이 옳은지를 알려주는 것보다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


이 모든 것들이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더 필요한

육아의 방향일지도 모른다.


아이에게 필요한 건

정답보다 ‘자기만의 속도’이고,

잘하라는 말보다 ‘함께 있어주는 사람’이다.


일본의 유아교육은

그 단순한 진리를

조용하고도 끈질기게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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