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짜리입니까 / 심리학관
* 저자 : 부티탄화
(옥천군 결혼이주여성협의회 회장)
저랑 똑같이 24시간 집안일, 육아, 농사해도 자기 손으로 들어오는 게 없는 친구들이 많아요. 자기 이름으로 된 돈 하나도 없고, 작은 거 하나도 맘대로 못 사고, 친정에 일 생겨도 돈 하나도 못 보내줘요.
자유가 없는 거죠. 그러다 갈등이 생기고, 싸우고, 맞고, 이혼하려면 그 과정이 어려우니 도망치는 거에요.
우리는 결혼해서 한국에 왔지만, 다 일하려는 사람들이고,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일'하는 만큼 대우받으려고 열심히 싸우고 있어요. 조례도 만들고, 기자회견도 해요. 이주노동하는 친구들의 사장님 전화 대신 받아서 소통을 도와주고요. 어떨 땐 가서 따지기도 해요.
가정폭력 당하면 경찰에 가서 통/번역 해주고, 임시숙소를 달라고 요구도 해요. 이혼하는 친구가 있으면 변호사를 찾아봐주고, 교도소 간 남편 면회도 따라가요. 집 구하는 것부터 애들 학교 상담까지 다 함께하는 일이에요.
나 이 말 꼭 하고 싶어요. 나, '메이드 인 베트남' 아니에요. 나는 '나'에요. 공짜로 돌릴 수 있는 기계 아니에요. 사고 싶은 게 있고, 먹고 싶은 게 있고, 가고 싶은 게 있고, 사랑하는 사람도 있어요. 내 친구들도 똑같아요.
그래서 우리, 잘 살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선 내 하루가, 내 삶이 '있는 그대로' 당신하고 똑강티 '잘 살고 싶은 사람'으로 대우받길 바라요.
그러려면 내가 부엌에 있어도, 깻잎하우스에 있어도, 공장에 있어도, 이주민 도와주는 일을 해도 모두 중요한 '일'로 여겨지고, 돈도 받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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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짜리입니까>
6411의 목소리 지음.
노회찬재단 기획.
노회찬재단과 한겨레가 손잡고 2022년 5월부터 '6411의 목소리'를 매주 연재해왔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탔던 6411번 새벽버스에 몸을 실어야 했던 이주민과 청소노동자, 돌봄노동자 등 '존재하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투명인간'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래에서, 노동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나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