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마짜리입니까 / 심리학관
* 저자 : 김보영(사회복지사)
나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만 예순살 이하 남자 중증장애인을 돌본다. 이용인의 장애형태는 거동할 수 없어 누워 지내는 경우부터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거나 지적능력이 네다섯살 정도인 경우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모두 두세살 아기 돌보듯 24시간 뒤치다꺼리를 해야 한다는 건 같다.
모든 복지사가 '주주야휴' 2교대로 근무하고 있는데, 수시로 뒤바뀌는 주간 야간 근무와 노동강도를 생각하면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인지,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 힘든 건, 여성 사회복지사로서 성인 남자 이용인의 모든 것을 돌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목욕부터 기저귀 교체, 화장실 이용 뒤처리까지 여자인 내가 혼자 해내기란 체력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힘들 수밖에 없다.
내가 일하는 장애인거주시설 사회복지사들은 80퍼센트 이상 여성이다. 남성 복지사 비중을 늘리면 좋겠지만, 최저임금에 준하는 급여에 비해 노동강도가 세고, 근무시간이 긴 탓에 지원자가 별로 없다. 입사해도 얼마 안 돼 그만두곤 한다.
결국 경력 단절이 됐거나, 뒤늦게 생업전선에 뛰어든 중년의 여성 사회복지사들이 자리를 채우게 된다. 장애인이라는 사회적 약자의 돌봄이, 취업시장의 주변부로 밀려난 중장년 여성이라는 또다른 약자에게 맡겨지는 '웃픈 현실'이다.
세상은 장애인 거주시설의 복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그들을 돌보는 이들의 인권과 복지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알아줬으면 좋겠다. 그곳에는 장애인뿐만 아니라 그들을 돌보는 사회복지사도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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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짜리입니까>
6411의 목소리 지음.
노회찬재단 기획.
노회찬재단과 한겨레가 손잡고 2022년 5월부터 '6411의 목소리'를 매주 연재해왔습니다. 노회찬 의원이 탔던 6411번 새벽버스에 몸을 실어야 했던 이주민과 청소노동자, 돌봄노동자 등 '존재하지만 그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는 투명인간'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에게 그런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었습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래에서, 노동 현장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아나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