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는 세계 / 심리학관
절망적인 소식들이 쏟아질 때면
자연히 포기하는 쪽으로 몸과 마음이 기운다.
분노와 무력감 사이를 오가다 보면
이 나라를 외면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내가 버리는 짐을
결국 어린이가 떠안을 것이다.
그러면 어린이가 자라면서
모양이 잘못 잡힌 부분을
고칠 것이다.
내가 이렇게 큰소리치는 것도 다 어린이 때문이다. 어린이가 그림을 망쳤을 때 "다 소용없는 일이란다. 구겨 버리렴"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고칠 수 있는지 보고, 안 되면 새 종이를 주고, 다음에는 더 잘 그리도록 격려할 것이다.
우리 자신에게도 똑같이 말해야 한다.
실제로 어린이라면 어떻게 할까?
내가 새 종이를 주며
이런저런 미사여구를 늘어놓기도 전에
어린이는 종이를 뒤집어
뒷면에 새로운 그림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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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라는 세계 / p255-256>
김소영 에세이.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다.
지금은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책을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