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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관 Dec 31. 2024

내가 버리는 짐을 결국 어린이가 떠안게 될 것이다

어린이라는 세계 / 심리학관

절망적인 소식들이 쏟아질 때면

자연히 포기하는 쪽으로 몸과 마음이 기운다.

분노와 무력감 사이를 오가다 보면

이 나라를 외면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내가 버리는 짐을

결국 어린이가 떠안을 것이다.


나는

조그마한 좋은 것이라도

꼼꼼하게 챙겨서

어린이에게 주고 싶다.

거기까지가 내 일이다.


그러면 어린이가 자라면서

모양이 잘못 잡힌 부분을

고칠 것이다.


내가 이렇게 큰소리치는 것도 다 어린이 때문이다. 어린이가 그림을 망쳤을 때 "다 소용없는 일이란다. 구겨 버리렴"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고칠 수 있는지 보고, 안 되면 새 종이를 주고, 다음에는 더 잘 그리도록 격려할 것이다.


우리 자신에게도 똑같이 말해야 한다.

실제로 어린이라면 어떻게 할까?


내가 새 종이를 주며

이런저런 미사여구를 늘어놓기도 전에

어린이는 종이를 뒤집어

뒷면에 새로운 그림을 시작한다.


냉소주의는

(우리 어린이에게)

감히 얼씬도 못 한다.


*************************

<어린이라는 세계 / p255-256>

김소영 에세이.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했다.

지금은 독서교실에서

어린이들과 책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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