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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ital Exclusion(디지털 배제/소외)

오마이뉴스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요즘 많은 회사에서는 '디지털 에티켓'이나 '메신저 사용 지침'을 만들어 배포한다. "24시간 내 답장하기", "공식 단체방에서 비공식 대화 자제하기", "모든 팀원에게 공유해야 할 정보는 개인 메시지 대신 공식 채널에 올리기" 같은 규칙들. 하지만 이런 형식적인 가이드라인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미묘한 디지털 소외의 순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소외감은 주로 회의실이나 회식 자리 같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경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카톡방, 팀즈 채팅, 슬랙 쓰레드가 일상의 중심이 되면서, 디지털 배제의 경험은 더 빈번해지고 명확한 기록으로 남게 되었다. "읽음 5"라는 표시와 함께, 당신을 제외한 모두가 이미 봤다는 증거까지도.


“유리벽 앞에서 손짓하는데, 아무도 못 보는 것 같아요"


IT 회사의 민수(가명)는 직접 만든 여러 단체방이 누군가에게는 배제의 벽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더 효율적인 소통을 위해서"라는 좋은 의도가 일부 멤버들의 배제로 이어졌던 것이다. 이처럼 디지털 배제는 대부분 의도적인 차별이 아닌, '효율성'이나 '친밀함'이라는 긍정적 가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조직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디지털 암묵적 배제(Digital Implicit Exclusion)'라고 부른다. MIT 슬론 비즈니스 스쿨의 2022년 연구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근무 환경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비대칭성'과 그로 인한 '심리적 안전감의 저하'였다. 즉, 누가 어떤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에 따라 팀 내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가 형성된다는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디지털 소통 자본(Digital Communication Capital)'이라는 개념이다. 부르디외의 사회적 자본 개념을 디지털 맥락에 적용한 것으로, 각 개인이 디지털 환경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복합적 요소다. 여기에는 기술적 능력뿐 아니라 디지털 문화 코드에 대한 이해, 네트워크 위치, 심지어 타이핑 속도까지 포함된다. (그렇다, 슬랙에서 빠르게 타이핑하는 능력이 당신의 영향력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다소 불편한 진실.)


디지털 배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접근법은 규칙이나 의무가 아닌, '인식의 변화'다. 몇 가지 핵심 질문을 던져보자.


- 내가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이 약자나 이모티콘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언어적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 효율성을 위해 만든 이 별도의 소통 채널이 '정보 불평등'을 만들어내고 있지는 않을까?

- 디지털 공간에서 구성원들의 '발언권'이 동등하게 분배되고 있을까?

- 우리 팀의 디지털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 소외되는 사람은 없을까?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디지털 공감 지능(Digital Empathic Intelligence)'이다. 텍스트와 이모티콘 너머에 있는 사람의 감정과 경험을 상상하고 적절히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는 단순한 친절함을 넘어 다양한 디지털 맥락에서 사회적 신호를 인식하고 해석하는 복합적 역량을 의미한다.


https://v.daum.net/v/20250314162700086


읽씹 5, 답장 0... '단톡방' 전쟁이 괴로운 사람들

누군가가 소외되고 있다... 업무를 위한 디지털 소통의 '함정'

[박혜형 기자]

오마이뉴스 / 2025.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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