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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를 '잠재적 가해자' 취급해서 기분 나빠요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여성혐오 사회에서 성평등 동반자 되기>

"대체 어쩌다가 그런 일을 하게 됐어요?"

페미니즘 활동가 중에서 남성이 별로 없다 보니,

종종 이런 질문을 받게 됨

-> 2016년 강남역 살인사건은

저자(Male / 성평등 교육 활동가)에게

결정적 계기가 되었음


(위키백과 : 2016년 강남역 살인 사건)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의 종업원인 피의자 김성민(34세)은 2016년 5월 17일 오전 0시 33분 경,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대로77길 48 남경빌딩의 남녀공용 화장실에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남성 6명은 그냥 보내고 약 30분 뒤인 오전 1시 7분에 들어온 여성 하모(23세)를 길이 32.5cm인 주방용 식칼로 좌측 흉부를 4차례 찔러 살해했다.


(주점에서) "여성들로부터 무시를 당해서 범행을 저질렀으며, 피해자와는 모르는 사이"라고 진술했다.


* 여성인 친구들 손에 이끌려 간

강남역 10번 출구 추모 현장 앞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음

-> 안타까운 마음은 들었지만,

그 사건이 왜 '여성혐오' 범죄인지,

수많은 여성이 그 사건에 왜 그토록 분노하는지

충분히 공감하지 못해 당황스러웠음


* 그 무렵 주변의 많은 이성 커플들이

크고 작은 갈등 끝에 이별을 겪는 것을 보았음

(여성 연인)

일상에서 겪은 불편하고 차별적인 경험을 호소

(남성 연인)

“한국이 얼마나 치안이 좋고 평등한 나라인데!"


<성별에 따라 너무나 다른 반응>

* 학교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했을 때

(여학생) 교육 내용에 깊이 공감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어려움없이 받아들임

(남학생) 대체로 교육 내용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임

-> 교육이 시작되기 전부터

팔짱을 낀 채 저항할 태세를 갖추거나

-> 냅다 엎드려 자는 것으로 자신의 무관심을 표현함

-> 교육을 귀담아듣는 몇몇 남학생들도

구체적인 폭력 사례가 소개되면 고개를 떨구거나

강사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곤 함


Q. (남학생들에게 물어봄)

성폭력 예방 교육에서 불편한 내용이 있었나요?

A. 남자를 '잠재적 가해자' 취급해서 기분이 나빠요.

(성폭력 교육에서는 혹시 모를 불만을 고려해

'여자' '남자' 등 성별을 구분하는 표현을 잘 쓰지 않음)


* '잠재적 가해자 취급'이라는 말은

조금만 생각해봐도 어색하고 이상함

* 우리는 언제나

타인을 잠재적 가해자로 취급하고 있으니까

-> 그렇기 때문에 집을 나서며 문단속을 하고,

핸드폰에 비밀번호를 걸며, 경찰에 치안을 맡김


Q. 유독 성차별, 성폭력 문제를 다룰 때만

'잠재적 가해자 취급'이라는 구호가

반복해서 등장하는 걸까?

A. 가장 근본적인 이유 :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여성혐오


* 여성혐오 : 미소지니(misogyny)

(X) 단순히 여성을 싫어한다는 의미

(O) 여성을 특정한 이미지의 존재로 여기며

편견을 가지는 것

(O)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하는 것


(여성혐오의 example)

-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속담을 배우고

- 남자가 여자를 보호하고 돕는 영화를 보며 자라고

- 운전하는 여성을 '김여사'로

- 게임을 즐기는 여성을 '혜지'로

- 각종 범죄 피해자를 'OO녀'로 지칭

=> 낙인찍고 대상화하는 사회에서 살아가는 동안

여성혐오는 무의식에 깊이 자리잡게 됨


* 여성혐오적 사고가 지배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목소리는 엄살이나 예민함으로 취급받으며

외면당해왔음

* 한국 사회에서 일부 남성의 주장

- 사회구조적 문제를 그저 불운한 사고나

불가피한 현실로 취급

- 여성 개인에게 밤늦은 시간에 돌아다니지 말고

조신하게 지내라고 조언

- 성차별에 투덜거리지 말고 더 '노오력'하라고 이야기

=> 변화가 필요하다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대한

의도적인 외면


* 냉소가 악행이 판치는 세상에서도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은 선량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믿음

-> 다만, 선량해지려는 마음이

반드시 선량한 행동과 태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님

(ex. 장애인을 차별하겠다는 의도가 없더라도,

비장애인 중심으로 굴러가는 세상은

'무심코' 경사로 대신 계단을 만들게 됨)


(To Do)

성차별/성폭력 문제 앞에서

가해자, 방관자,

아니 그 비슷한 무엇으로도

취급받고 싶지 않다면

'동반자'라는 선택지가 있음을 기억하자.


(1) 불편함을 안고 문제를 바라볼 때

방관자에서 동반자로의 변화가 시작된다


(2) 대단히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어도 된다


(3) 무심코 건네는 말과 행동이

무의식중에 보고 배운 여성혐오일 수도 있음을

인지하고, 하나씩 바꿔나가자


(4) 주변에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은 사람이 있을 때,

외면하지 말고 "요새 그렇게 말하면 큰일 나요"라고

꼬옥 한마디를 해주자


(5) 누군가 당신에게 불편함을 호소했다면,

그것은 성평등 동반자로 나아가자는 제안이다.

그 손을 잡는 일부터 변화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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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페미니즘은 어떻게 남성성의 대안이 되는가.

* 저자 : 이한 (성평등 교육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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