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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관 Nov 09. 2021

[은비의 마음책방] 직장에서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

내 마음 관리법 - 장류진의 '일의 기쁨과 슬픔'

"회사에서 울어본 적 있어요?"


직장인의 삶을 생생하게 표현하면서

하이퍼리얼리즘이다! 라는 찬사를 들으며

데뷔한 '일의 기쁨과 슬픔'의 장류진 작가는

소설 속 인물을 통해 이렇게 묻습니다. 


정말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화나고, 억울하고, 분하고, 짜증나서

쌍욕이 절로 나올 때가 있지요. 


여러분은 어떨 때 그러셨나요?


한 리서치 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결정적으로 퇴사를 결심하는 1순위는

일이 너무 많아서도, 연봉이 너무 적어서도 아닌

꿈을 찾아 자아실현을 위해 떠나는 것도 아닌

직장 내 '대인관계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즉, 회사에서 나를 빡치게 하는 인간이 있을 때

진짜로 때려쳐야겠다고 생각한다는 거지요. 


상담실에 오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회사 내에서 느끼는 '부당함', '모멸감', '억울함' 등은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기는, 견디기 힘든 감정 같아요.


회사도 사람과 사람이 부딪히는 공간이다 보니

이런 갈등과 고충, 이해관계가 있을 수 밖에 없지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상대의 말과 행동에

겪지 않아도 될 부당한 일을 겪었을 때

어떻게 내 마음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


일의 기쁨과 슬픔


소설 속 주인공 안나는

판교 테크노밸리의 '우동마켓' 에서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입니다.


안나의 회사는 소규모 스타트업답게

진취적이고 자유로운 문화를 지향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이런데요.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하자는 취지로

모두가 영어이름을 쓰고 있지만

앤드류"께서", 데이빗"께서" "말씀하신" 과 같은

엄연한 직급체계가 존재하구요.


매일 10분 내외로 업무 진행상황을 공유하며

업무효율성을 높이려는 '스크럼' 시간은

교장선생님 같은 대표의 아침 연설시간일뿐이지요.


심지어 회사 내에 두 살 어린 진짜 막내가 있지만

어렵게 스카웃 해온 천재 개발자인 탓에

굳은 일을 도맡는 실질적 막내 역할도 하고 있고요.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이어폰을 꽂고

루보프 스미르노바나 글렌 굴드, 조성진 등

클래식 연주를 듣는 게 안나의 유일한 낙입니다. 


뭐, 이 정도면 여느 직장인처럼

일의 기쁨과 슬픔이 적절히 버무려진

일상을 보내던 안나에게 새 업무가 내려지는데요. 


바로 중고거래를 하는 우동마켓에

하루에도 100개가 넘는 판매글을 올리는

사용자인 '거북이알'을 직접 만나보라는 거였어요.


한 사람이 게시물을 독점하듯이 하니

도대체 무슨 사정인지, 혹 이상한 사람은 아닌지

한 번 확인을 해보라는 대표의 특명이였죠. 


<딸기먹는 거북이. 글과 딱히 관련은 없지만, 귀여우니까>


그리하여 만난 거북이알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유비카드사에서 일하는 거북이알은

클래식마니아이자 인스타그램 셀럽인

유비카드사 회장의 지시에 따라 

루보프 스미르노바의 내한공연을 성사시킵니다.

인스타 팔로워들이 "회장님" 하며 부탁했거든요.


기분이 좋아진 화장은 특진을 약속하지만

자기가 인스타에 내한공연 사실을 올리기도 전에

회사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웠다는 사실에

크게 분노하면서 승진을 취소시켜버립니다.

그리고, 신규 카드 혜택 기획을 맡은 거북이알의

프리젠테이션에 와서는 이렇게 말해요. 


"이차장은 앞으로 1년간 월급, 포인트로 받게"


신규 카드는 포인트 두 배 적립이란 혜택이 있어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는 말에,

포인트가 그렇게 좋냐고 비꼬면서 말이지요. 


정말로 월급날 들어올 돈 대신 포인트가 적립되자

거북이알은 엄청난 굴욕을 느껴 밤을 지새웠지만

결국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회사포인트로 물건을 사서 중고마켓에 팔아

다시 돈으로 바꾸는 방식으로 대처한거죠. 

그래서 우동마켓에 그렇게 글을 많이 쓴거였어요.


부당함에 대처하는 태도


장류진 작가 특유의 신랄하지만 경쾌한 문체로

이야기는 가볍고 속도감있게 흘러가지만

더럽고 치사해서 못 해먹겠단 소리가 절로 나오지요.

진짜 이런 일 겪으면 회사에서 눈물이 날거예요. 


여러분도 억울함에 잠 못 이루고

부당함에 분노해 본 적이 있으시다면

상처 받고 너덜너덜해진 내 마음에

어떻게 반창고를 붙여줄지 함께 고민해볼까요?


하나, 건강하게 화내기


사실 처음 부당한 일을 당하면

어안이 벙벙하고 상황 파악이 안 되어서

사고가 멈춰버리고 마음도 얼어버리게 됩니다.


그런데 조금씩 시간이 흐르면서

내가 당한 일을 곱씹으며 서서히 감정이 올라오지요.

'화', '서러움', '짜증', '모멸감', '수치심' 등


먼저 나에게 그런 뒤엉킨 감정이 있다는 걸

스스로 알아주고 받아주는 게 필요해요. 


가끔, 상담실에 와서 이런 말 하는 분들이 계세요.


"상담사님, 저 화 내도 되는거죠?"

"이런 상황에서 억울한게 이상한거 아니죠?"


아마도 이런 질문을 하는 이면에는

'혹시 내가 과도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내가 뭘 잘못해서 상대가 그러는건 아닐까'

'내가 바보같아서 이런 일을 당하는 걸까 '

같은 초조함과 불안감, 자책이 있어서일거예요.


그래서,

"저 같아서 화가 났을거예요."

"누구라도 그런 일 겪으면 서럽죠."

같은 인정의 말을 들으면 

그제서야 나의 분노에 대해 안심하며

내 감정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되기도 하지요. 


'화' 라는 감정은 품고 있으면 불편하기에

그리고 평소 '화'에 익숙하지 않다면 더더욱

화내는 나를 받아주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혹은,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존감이 낮다면

타인이 나를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더라도

나를 보호하기 보다는 내 탓을 하거나

상대의 무례함과 불의를 묵인할 수도 있는데요.


그러므로, 시도 때도 없이 욱하고

감정조절이 안 되어 폭발하듯 내는 화와

나의 감정과 권리,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건강하게 나는 화는 분리를 해야합니다. 


부당함에 화가 나는건

'나는 존중받고 싶어, 존중받아 마땅한 존재야'

라는 올바른 자존감의 표현인 건강한 화입니다.


화는, 날만하니까 나는거예요!


<화가 난다 화가 난다!!!!>



둘,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 구분하기


사실 누가봐도 부당한 일을 당했어도

조직 내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적을 수도 있어요.

아마 그래서 많은 직장인들이 좌절하며

결국에는 퇴사를 하는 씁쓸한 일들이 생기는거겠죠.


그럼에도, 당장 회사를 그만둘 수 없다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구분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시도해보는 게 의미있습니다.  


가령, 상황은 내가 바꾸는데 한계가 있어요.

회사 내에 부당함을 고발하는 창구는 있지만

전반적인 회사의 조직문화나 분위기는

당장에 바뀔 수 있는 게 아닌 오랜 시간이 걸리고

한 사람의 힘으로는 역부족일 때가 많으니까요.


그리고, 상대방도 내가 어떻게 바꿀 수 없습니다. 

상대의 가치관이나 태도, 성격이 형성된 데는

그 사람이 살아온 역사와 경험이 있기 때문에

나의 지적이나 조언으로 쉽게 변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상황과 상대에 대한 나의 대처와 태도겠지요.

월급을 포인트로 준 황당한 회장에 대응해

포인트로 산 물건을 중고거래를 하는 거북이알처럼

상전처럼 모시고 있는 천재개발자 막내가

내뱉는 짜증과 한숨에 막막해져 눈물이 났지만

그가 좋아하는 레고를 건내며 대화의 물꼬를 트고

월급날에는 보상받듯 공연 예매를 하는 안나처럼.


상황이 옳다는 것도, 상대가 옳다는 것도 아니예요.

상황은 부당하고 상대를 잘못을 했다 하더라도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을 붙들고

그 탓을 하고, 바뀌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더 무력해지기 쉽고 더욱 중요한 것은

내 삶의 통제권을 상황과 타인에 넘겨주게 되거든요. 


상황이 9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1일지라도

그 1 안에서 작은 것부터 차근히 해보는게 중요해요.

이를 통해 어떠한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가 무엇을 할지, 어떤 마음을 가질지는

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율성을 확인하고

다른 무언가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휘두르도록 가만히 놔두지 않는 태도가 

진정으로 나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요. 


셋, 자기자비로 감싸안기

마지막으로 '자기자비'를 가져보세요.

흔히 부당한 일을 겪으면 

'왜 하필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기지'

하고 원망 섞인 푸념을 할 때가 많지요. 


맞아요

안 당하면 좋았을 일을

콕 찝어 내가 당하는 것이 서럽고 화가 나요.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세상에는 내가 원치 않고 통제할 수 없는

불가항력 같은 일이 언제든 일어나게 마련이고

그게 나라서가 아니라, 나만 그런게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삶에서 뜻밖의 고난을 만난다고. 


<토닥토닥, 테디베어 허그>


자기자비(self-compasssion)은

스스로를 비난하지 않고 친절히 대하는 마음인데요.

그런데, '하필 나만', '나한테만', '내가 제일 불쌍해'

같은 자기에 대한 동정심과는 구분됩니다.

동정심이 나만 힘들다는 원망과 외로움인데

이런 동정심은 심리적인 고통을 더 과장시키지요. 


반면, 자기자비는 나의 힘듦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성'으로 바라보게 하는데요.

인간의 삶에 대한 보편성을 갖고 보면

나한테만 이런 일이 생긴다, 는 푸념과 절망 대신에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더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서는, 부당한 일을 겪은 나도

속이 상하고 안쓰럽고, 이런 나에게

더 친절하게 대해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 것처럼

도무지 이해 못할, 못 되먹은 저 인간도

저 나름의 삶의 고통과 힘듦에 있으려니

인간이라는 보편성 측면에서 이해하게도 되구요.


이렇듯 나를 따뜻하고 친절하게 감싸안고

결국 이런 일의 배경에 나의 모자람이 있는 게 아닌

나도 남과 다르지 않는 인간이기에 겪는 

삶의 모순일 뿐이라는 걸 받아들일 수 있다면

타인 역시 나처럼 나약한 인간이란 걸 수용한다면

한결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출근!


많은 직장인들이 오랜 회사 생활에 남은 건

한껏 까칠해진 성격과 무표정, 뱃살과 디스크라며

자조하듯 이야기하곤 합니다. 


가만히 출퇴근만 해도 힘들어 죽겠는데

이리저리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고

온갖 부조리한 조직과 시스템에 노출 된 탓이겠지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학생은 학교에서 성장하듯이

직장인은 직장에서 성장한다고 믿습니다. 


일과 대인관계에 대처하는 지혜

나에게 닥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

감정에 부대끼고 한계에 몰리는 상황에서

나를 지키고 보호하는 힘을 기르는 연습 등

주어진 상황에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나의 외면과 내면은 변화하고 성장하며

앞으로 나아가더라구요. 


그러니, 오늘도 직장이라는 생생한 삶의 현장에서

존버하고 계실 직장인분들을 응원하며

부당한 일을 겪더라도, 또 빡치게 되더라도

심호흡 한 번 크게 하고 내 존재와 감정을 존중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에 집중하시기를 바랄께요


비록 이게 정신승리라 할지라도.

정신승리라도 좀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


<오늘도 존버하는 직장인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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