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행복하게 자랄수 있는 환경에서 출생률은 올라간다

시사IN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 제3장은 아동 보행 안전을 다루고 있는데, 이 주제에는 스쿨존과 어린이보호구역 치사상 가중처벌(일명 ‘민식이법’)이라는 화제가 곧바로 따라붙는다. 두 제도(법)는 사람의 안전보다 자동차의 흐름이 더 중요한 우리나라 교통문화에 “보행자 중심 교통문화”를 심는다는 의미가 크다.


아동을 보호하는 교통문화가

정착되고 확대되면

결국 어른도 보호를 받게 된다.


[출생률에 목매달기 전에 이것부터]

아이들의 보행 안전을 위해 민식이법을 만들었지만, 교통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저소득 지역일수록 아동의 교통사고 경험률이 높다는 것이 상식이 되어 있다. 서울 지역을 대상으로 ‘지역별 주거 가격에 따른 아동 수 대비 교통사고율’을 조사해보니, 집값이 높은 부유한 지역(서초구·강남구)일수록 주거 가격이 낮은 가난한 지역보다 ‘아동 수 대비 교통사고율’이 현저히 낮았다. 이런 경향성은 경기도에서도 똑같이 나타났다. 부유한 지역(과천시·성남시 분당구·용인시 수지구)의 아동 수 대비 교통사고율은 집값이 싼 지역보다 훨씬 낮았다.


주택 가격이 싸고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가 잦은 도시 지역은

주거 공간과 도로 사이 간격이 매우 좁아서,

주거 공간의 출입구 앞이

바로 차가 다니는 도로인 경우가 많다.

이런 지역의 길 중 상당수는 보도가 따로 없다.

교통사고 다발지역엔 아이들이 놀 장소가 없다.


물리적 환경이 안전하지 않다면 ‘돌봄’으로 안전성을 보완할 수 있는데, 경제적으로 낙후된 지역 학교일수록 학부모들의 ‘녹색어머니’ 활동 참여도가 낮다. 이런 곳은 위험한 길을 저학년 때부터 혼자 통학하는 아이의 비율도 높다. 반면 거리 CCTV 설치율과 보행 안전에 대한 주민의 민원은 낮다.


“지금 한국의 경우,

어린이의 보행 안전을 보장하려면

결국 그 부모가 개인적으로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아이의 모든 외출에 보호자가 동행하려면

부모 중 한 명은 생계 전선에서 벗어나

하루 종일 아이를 돌봐야 한다.

아니면 아예 주거지를 옮긴다.


신축 ‘초품아’ 단지를 수색해

높은 비용을 치르고 이사를 가야 한다.

‘어린이 안전을 개인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시스템의 결과다.”


초품아란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를 뜻하는데,

길을 건너지 않아도 되는 학원가나

단지 내 놀이터는 아이들의 보행 안전 요소다.


한국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초저출생을 걱정하게 되었고 출생률을 높이려는 온갖 ‘당근 정책’이 제출되고 있다. 하지만 줄어들 줄 모르는 아동학대, 매년 한 학급에 해당하는 숫자(약 35명)가 사망하는 어린이 보행 교통사고, 더욱 경쟁적이 되어가는 입시 전쟁 등은 출생률에 목매달기 전에 우선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으로부터

어른들이 득을 볼 수 있어야

출생률도 개선된다.


아동·청소년 의제의 해결은

부모들의 개별 역량도 중요하지만,

정부 정책과 공동체의 돌봄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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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가해자가 ‘주연’이라면

한국 사회는 ‘조연’이다

[장정일의 독서일기]

<울고 있는 아이에게 말을 걸면〉

변진경 지음 / 아를 펴냄

장정일 (소설가)

2022.06.05 07

호수 767 / 시사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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