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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건 자리를 내주는 일이다

이정은 배우님 인터뷰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드라마 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 배우로서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어야 하기에 그는 "가장 피로할 때 가장 마음이 불안한 것 같다" 라고 했다.


특히 2024년이 그랬다. 영화 <경주기행>, 드라마 <조명가게> 등 작품을 여러 편 찍고 나서 올해 초까지 침잠의 시간을 보냈다. 불안의 틈새로 비집고 들어온 나이 듦의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앓이가 필요한 것 같아요. 나이 먹는 걸 수용하는 건 되게 아프다. 곤란한 일이 많이 생기니까요. 소진되고 나니까 더 이상 보여줄 게 없는 게 아닌가. 다 털어냈다. 뭘 하지? 나는 나이를 먹을 건데.....


그때 그 생각을 하게 된 거죠.

나이 든다는 건 자리를 내 주는 일이다.

(잠시 침묵)


어떤 커피숍에 있었어. 즐거운 시간 보내고 나면 이 자리를 내줘야 다른 사람이 앉을 거 아니에요. 그래야만 평화롭고 건강하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불과 몇 년 전에 한창 행복할 때도

남의 작품을 많이 못 봤어요.


질투가 나서 칭찬이 안 나와요.

너그럽게 즐겁게 보는 마음이

잘 안 생기더라고요.


내가 '여기' 앉아 있어야 하니까

그랬던 것 같아요.

부끄럽고 낯간지러웠죠.


그 자리에 있으려고 하는

마음을 버리는 게

그게 아프죠.


근데

그렇게 해야 하는 거 같아요.


이 자리에는 다른 사람이 앉고,

나는 내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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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타는 천만 배우.

평범하지만 의미심장한.

* 은유 작가님

* 시사IN / 202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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