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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관 Nov 10. 2021

[심리학관/수다다방] '걱정'이라고 포장된 아픈 말

명랑한 하루

요새는 밤에 잠자기 전에

재미난 이야기책을

조금씩 읽는 것이 큰 즐거움입니다.

따뜻한 아랫목에 보들보들 이불 덮고 앉아서,

아이패드로 웹소설을 보거든요. 랄랄랄.


예전에 Work & Cartoon / Culture

코너에서도 말씀드렸었듯이,

여전히 ‘일’에 대한 이야기들을

즐겨 보고 있습니다.


학대받는 아이들을 구해내기 위해

나쁜 놈 일당들을 멋진 검술로

때려부수는 치안대 기사,


흑마법에 걸려 고생하는 동료들을

고대마법을 통해 도와주는 대마법사.


고객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가장 아름답게 보여줄수 있는

머리손질과 화장기술을 가진 수모.


포목점에서 새로운 고객대응방법을

시도해서 놀라운 성과를 올리는 점원.


이런 근사한 이야기들이요. ^^


어제 읽었던 것은

대단한 그림 실력으로

신선하고 깨끗한 기운을

그림에 불어넣어,

그림의 신과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화공의 이야기,

‘화공, 해란’이었는데요.

(작가 : 이은비, 이랑 / 네이버시리즈 /

총 93화 완결)


갑자기 이 부분이

마음에 확 와 닿았습니다.


아직 백년밖에 살지 않아

탐스러운 꼬리가 하나밖에 없는

꼬마 구미호 소년(노월)하고,

어머니와 함께 주막을 운영하는

한쪽 다리가 불편한 소녀(꽃님)의 대화를

한번 봐주세요.


(꽃님)

“사람은 왜 남에게 상처주는 말을

‘걱정’이란 걸로 포장할까?”


(노월)

“누가 너한테 무슨 말 했어?”


(꽃님)

“계집이 발병신이라 어쩌냐고 하시더라.

그 몸으론 혼례도 못 치르겠다고,

어디 재취 자리나 소실 자리로만

가도 다행일 거라고”


(노월)

“대체 누가 그런 소릴 해?”


(꽃님)

“내가 넘어져도 손을 내밀지 않을

모든 사람들이.”


속이 부글부글거려서

주먹을 꼭 쥐었습니다.


그러면서 재작년에

(벌써 2년전이군요!!!)

열심히 보았던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한 장면이 머리에 떠오르더군요.

(27회/14화, 2019.10.31)


용식이(김하늘 배우님)의

어머니(고두심 배우님)가

막내 용식이를 임신하셨을 때

남편분이 돌아가시고,

무거운 몸으로 식당문을 여신 날의

장면이었어요.


(고두심 배우님의 젊었을 때 모습은

우정원 배우님이 연기하셨어요.

정말 인상적이었거든요.

그래서, 우정원 배우님의 얼굴을

'사랑의 불시착'에서도

다시 뵈어 반가왔습니다 ^^)




(동네 사람들)

“49재도 안 치르고 (식당) 문여는 것 봐.

저렇게 독하니까 남편을 잡지.

과부 팔자 괜히 있어?”


(용식이 엄마)

- 그 사람들에게 물한바가지를 끼얹으며(Yeah!!!) -

“팔자 드러운 년한테 물리고 싶지 않으면 꺼져!”


(동네 사람들)

“이 여편네가 미쳤나! 그냥”


(용식이 엄마)

“그럼 다같이 슬퍼 죽어?

애 셋 데리고 굶어죽으면 내 팔자가 덜 생겨?”


(동네 사람들)

“네 팔자가 하도 박복해서

우리가 딱해서 그랬지.

뭐 딴 소리 했어?”


(용식이 엄마)

“뭘 박복이야~

니들이 뭔데 내 팔자를 후려쳐~

야, 니들 아들 셋 있냐?


아이고 딱햐~

아이고 박복햐~ 이러면서

니들 인생 위안삼고 싶거들랑


두당 국밥 한 그릇씩은 사주고

그런 얘길 해!”

(다시 물 바가지 끼얹음)




내가 불편한 다리로

무거운 그릇을 들고

어려운 걸음을 걸어갈 때

나에게 전혀 도움의 손을

내밀어주지도 않았던 사람들이,


정말 나를 걱정한다면

국밥에 수육이라도

추가해서 시켜줘야 할텐데,

정작 우리 식당에

발걸음도 안하는 사람들이


그저 시간을 때울만한

수다거리가 필요해서,

‘나는 적어도 당신보다는

불행하지 않아’라는

자기위로를 하기 위해,


“걱정”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으로

포장해서

무심하고 둔감하게

상대방의 상처를 불태우는

독을 바른 화살을 날리는 거죠.


“아이, 진짜~

그런 못된 사람들이 있더라고”하고

그냥 넘길 수도 있겠지만,


오늘 제가 꼭 하고 싶었던 말은

“나도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자기반성이었습니다.


무의식적으로든,

아주 조그마한 의도를 가지고서든,

이런 정도는 괜찮아 라고 생각하든,

저 녀석은 좀 당해봐야 돼 라고 생각하든,

사회생활하는데 이 정도는 넘어가겠지

라고 생각하든,

남들도 다 그러는데 나하나 더 말한다고

무슨 일 나겠나 라고 생각하든,

나는 너랑 친하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장난치는 거다 라고

혼자 생각하든 간에,


‘나는 절대 ‘걱정’이라는 포장을 해서

악의적으로 상대방에게

불필요하게 상처를 주는

그런 행동이나 말을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라는 장담은 이 세상의 그 누구도 불가능하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저 또한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상대방에게

의도치 않은, 또는 의도한

‘걱정’으로 포장된 독화살을

날렸을 때가 분명히 있었을 거였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무릎끓고 반성하고 사과해야 할

과거의 일도 많았고,

앞으로도 바짝 엎드려서

고개숙일 실수를 할 수도 있겠지요 ㅠㅠ)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폭력방지 캠페인에서 하듯이

(많이 속상하고 아쉽습니다)


언어폭력 피해자가 어떻게 조심하고

스스로를 방어해야 하는지를 논하기 이전에,


우리 모두가 가해자가 되지 맙시다.

가해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합시다.

내가 하는 말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느껴지고 해석될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합시다.


그래서 조금만 더

조심스럽게 언어를 선택해서

사용합시다.


언어폭력 이외에도 모든 종류의 폭력에 대해

우리 모두가 ‘내가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세상을 같이 만들어 나갑시다 라고


오늘,

이 연사!

두 팔 벌려!

크게 외치고 싶습니다!!


[COZY SUDA 박정민 대표]


* 박정민 소개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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