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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리학관 Nov 10. 2021

[심리학관/박정민의 수다다방] 지금 이 순간

명랑한 하루

벌써 15년 전 이야기가 되었네요.

저는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

직장을 그만둔 상태였고,

신랑은 회사를 옮기는 도중에

잠깐 쉬는 상황이었습니다.


뭔가 의미있는 자료를 만들어내기 위해

쥐어짜봤자 나올 것도 없는

머리를 어떻게든지 굴려보다가

정말 감사하게도

어찌어찌 괜찮아 보이는

통계결과가 만들어졌습니다.


고민하던 논문 통계결과도 나왔겠다,

일생을 살면서

저와 신랑 둘 다 백수일 때가 또 있을까

싶은 생각이 일치하여,


용감하게도!!! 두 명분의 퇴직금을 딸랑 들고

꿈꾸던 30일간의 유럽여행을 떠났습니다.


며칠 전에 일기장을 보다가,

이때 여행의 중간 정도 되었을 때에

독일 로텐부르크에서 끄적여놓았던

메모를 발견했습니다.


이날 밤에는

뒷골목 치킨집에서

맛있고 독한!!!

로컬 맥주를 마신 후라


몰랑몰랑해진 머리와 마음으로

드라마를 보고 있다가

받아적어놓았던 대사였습니다.


노희경 작가님의

‘굿바이 솔로’(2006)였구요.


제가 좋아하는

배종옥 배우님의 대사가

아직도 정말 인상적으로

기억납니다.


(천정명 배우님)

나도 나이 들고 싶다.

나이 들면 누나처럼 그렇게 명쾌해지나?


(배종옥 배우님)

지금 이 순간,

이 인생이 두번 다시 안 온다는 걸 알게 되지.


생전 처음 가 보는 외국에 가서

매일매일 재미있게 놀고 먹기만 하면 되는

신나고 즐거운 여행을 하고 있으면서도,


여행이 끝나고 한국에 돌아가면

논문을 어떻게 마무리 해야 할까,

앞으로는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까,

둘다 취직을 할 수 있어야 할텐데.

이런 불안감도 한아름일 때였는데요.

이 대사가 마음에 따스하게 와 닿았습니다.


15년이 지난 지금,

인생의 모호성은

오히려 더 커지면 커졌지

절대 줄진 않았고,

그에 맞서서 싸우고 견디는 힘은

이제 나이가 들어서

체력이 딸리다보니

오히려 줄어들었구요 ㅠㅠㅠ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이

다시는 만나지 못할

소중하고 의미있는 시간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네요.


그러면서

배종옥 배우님의 대사에 나온

'나이'에 대한 이야기도

한번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2021년이 되면서

확실히 나이 앞자리가 '5'로 바뀐 이제는

의도적인 연습(deliberate practice)으로

명랑한 하루의 순간순간을

만들어 내기 위해 애써야 하는

나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게 아마 나이값을 한다는 게 아닐까요.

(선배님들, 죗송합니다!

시건방진 얘기 한번 해보았습니다!!)


20대때에는 나이값 못하는 선배에 대해

치를 떨면서 싫어하면서,

저렇게 실력도 쥐뿔도 없고

책임감이나 후배에 대한 배려도 없는 주제에

뻔뻔스럽게도 선배 대접만 받고 싶어한다고

독한 말을 쏟아내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많이 민망하고 부끄럽습니다. 긁적긁적)


“나이값을 한다”

이제는 절대 그 말은 입에 올리지 않고 있습니다.

나이값 하는 사람으로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가를 깨닫고 있어서요. ^^a


그리고 ‘나이값’에 대한 정의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목표지향적인 태도로 100% 똘똘 뭉쳐있었던

지금보다 더 어릴 때에는,

자기 할 일을 제대로 못하고,

대접만 받으려고 하는 사람들을

나이값 못한다 라고 비판했었습니다.


그러니까, 뒤집어서 말하면,

나이값 하는 사람이란,

자기가 맡은 일을 책임감을 가지고

제대로 해내는 실력을 가지고 있으며,

나를 존중해주기를 명령하지 않는데도,

자기주도적으로 그 사람을 존경하고 따르는

후배들이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써놓고 보니, 제가 어릴 때에는

정말 대단히 높은 수준의 인간이

되어야만 나이값을 한다고 생각했었군요.

아이고, 꿈이 참 컸었습니다. 허허)


그런데, 밥숟가락을 조금 더 먹은

이제는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소중하게 보낼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용감하게 행동에 옮기는 사람이

진짜 나이값을 하는게 아닌가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매순간

무조건 생산적인 performance를

만들어내야 된다는 것이 아니구요.

어떻게 신나게 놀 것인가,

어떻게 하면 최대한 편안하게 누울 것인가,

어떻게 맛있게 먹을 것인가,

어떻게 푹 잘 것인가,

어떻게 수다를 재미나게 떨 것인가.

이 모두가

명랑한 하루의 한 순간을

만들어낼수 있는 행동인 것이 아닐까요.


지금 이 순간을

소중한 내 삶의 한 순간으로 만들어내는

(meaning-making),

중요한 내 삶의 시나리오로 써내는

(being the author of my life)

나이값을 하는 사람이 되는 길을

아주아주아주

조금씩 조금씩 조금씩

(by taking baby steps)

걸어나가고 싶은 오늘입니다.


저는 지금

심리학관 독자님들에게 보낼

편지를 쓰면서

지금 이 순간을

소중히, 정성껏 보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

저와 함께 이 글을 읽으시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 가고 계실

독자님께 따뜻하고 튼튼한 지지의 마음을 보냅니다.


[COZY SUDA 박정민 대표]


* 박정민 소개자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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