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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면 그릴수록 그릴수없는 것이 보입니다

미야베 미유키 작가님 / 심리학관

by 심리학관

(초보 병아리 제자)

괴담 자리에서 들은 이야기를 통해

제 마음에 생겨나는 풍경은

어이없을 정도로 폭이 넓습니다.


그것을 그림으로 그리기 위해서

저 나름대로 궁리를 해 오기는 했지만,

이제 궁리만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그리면 그릴수록

완전히 그려낼 수 없는 것만 눈에 들어와서

답답해 견디지 못할 지경이 되었습니다.



(미소를 지으시는 그림 선생님)

나도 마찬가지에요.

그리면 그릴수록

그릴 수 없는 것이 보이지요.


(병아리 제자)

선생님만큼 수련을 쌓으셔도요?


(선생님)

이 길에 보름달은 없습니다.

초하룻달에서부터 시작해

야윈 무 조각 같은 초승달을

어찌저찌 반달까지 키워왔지요.


하지만 거기에서 더욱 어둠을 줄이고

달빛을 늘려 가려면

지금까지보다 더 노력을 쌓아야 합니다.



한 번은 보였다고,

그려 냈다고 생각한 것도

게으름에 빠지면

금세 흐려져 보이지 않게 되어 버립니다.


지금까지 그릴 수 있었단 것을

일단 놓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그릴 수 없을 때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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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참배./ p44

미야베 미유키 작가님.

북스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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