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베 미유키 작가님 / 심리학관
아니나 다를까, 도미지로가 공을 들인
등딱지 간판 그림에 도로 선생이 내린 평가는 엄했다.
"머리로 만들고,
그린 사람 혼자 좋아하는 기색이 느껴지네요"
표정은 온화하고 말투도 상냥하지만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평가를 내리더니, 얼어붙어 있던 도미지로를 향해 이렇게 말을 이었다.
"나만이 아니라 이걸 보는 모든 사람에게
우선 '파는 물건이 무엇인지' 알기 쉬운
그림과 만듦새가 아니면
간판 그림에는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고는 저도 모르게 항변하려
입을 열던 도미지로를 손으로 제지한다.
"별갑이 상품이라면 지극히 당연한
흙색과 노란색, 별갑색을 사용해야 하지,
푸른색이나 녹색은 쓸모가 없을 테지요"
"아니, 그건 이야기 속에...."
** 별갑 : 자라의 등껍질
"그 이야기는 나를 포함해서
간판 그림만 보는 사람들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니까요"
"지난번 간판 그림은 무언가와 무언가를 연결하는 물건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하고 지극히 명료하게 나타내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는 그럭저럭 칭찬했지요. 그랬더니 당신은 기분이 좋아졌는지, 이번에는 세련된 그림으로 더욱 칭찬을 받는 일에만 몰두해서 재미없는 간판 그림을 그려 왔어요."
'아니, 그건 아닙니다'
도미지로는 부끄러웠다.
'더 칭찬받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번에는 금방 묘안을 생각해 내어
뛰어난 구도를 만들수 있었습니다'
'칭찬받을 게 분명하다고
의기양양해졌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밝게 웃으며,
그러나 약간 튀어나온 듯한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도로 선생은 도미지로에게 분부했다.
"다시 그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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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참배 / p437-443>
미야베 미유키 작가님.
북스피어.
2025.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