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ongyeol Cho CEO님 / 심리학관
거울을 보고 자꾸 되뇌이라 했다.
이 회사는 네가 아냐 아냐…
일에서 만난 지인이 내게 한 말이다. 아주 친한 사람도 아니었고, 자주 보는 사람도 아니었다. 어쩌다 만나 사는 이야기, 일 이야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책망하듯 안쓰럽다는 듯, 그만 좀 하라는 느낌으로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지나가듯 한 이 말이 두고두고, 순간순간 생각났다. 이게 내 아킬레스건이다. 가장 아프고, 가장 예민한 부분이다.
회사와 나를 구분하지 못하는 나는 그로 인해 많은 병폐를 겪어야 했다. 그런데 한동안은 그게 내 장점인 줄 알았다.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니 내 것처럼 열심히 했고, 회사의 생로병사에 같이 기뻐하고 같이 낙담했다.
그러다 보니 결과는 늘 그런대로 괜찮았다. 좋은 회사를 다닐 때는 내 가치도 같이 올라갔고, 회사가 잘 되면 나도 잘 나갔다. 쓸데없는 사명감에 불타 회사를 최우선에 두고 일했으니, 같이 일하던 동료들과 팀원들도 안쓰러웠는지, 아니면 저렇게까지 하니 도와줘야겠다고 느꼈는지, 힘든 상황에서도 꽤 잘 따라주고 같이 버텨줬다.
어렵고 힘들고 반전이 필요한 회사일수록 이 쓸데없는 사명감은 더 강해졌다. 패배가 역력해 보이는 전쟁터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장수 같은 마음이었다. 잘 되기 위해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에너지는 고갈됐고 늘 피곤했지만, 결과는 또 그런대로 꽤 괜찮았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 반전이 필요할 때마다 떠올리는 리더가 되었고, 이곳저곳에서 찾아주는 사람이 되어갔다.
문제는 내가
이 회사와 나를 동일시해서,
내 것인 것처럼 일한 게
내 경쟁력이라고
착각했다는 점이다.
회사에는 엄연히 주주가 있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있다. 회사의 주인은 그들이다. 주주가 오너패밀리면 오너가 주인이고, 상장회사라면 대주주/개인주주가 주인이다. 회사의 중요한 결정은 이사회에서 이루어진다. 참, 내가 뭐라고… 지금 생각하면 그렇다.
회사를 나인 양 여기고 불철주야 일하다가 새로운 회사로 이직했을 때, 그리고 많은 경우에 후임 대표가 바로 정해지지 않거나 오너나 이사회 멤버가 대표를 맡게 될 때, 이 쓸데없는 회사 동일시는 아주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대부분 어렵고 힘들고 아무도 하기 싫어하는 일을 마무리하고 나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마음속에서 “그거 내가 다 한 건데…”라는 억울함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아무도 안 하고 싶어하던 정리해야 할 일, 그거 내가 한 건데…”라는 속상함이 계속 따라다녔다.
회사와 나를 칼같이 구분하고
감정적으로 딱 분리되어 있었다면
굳이 느끼지 않아도 될 감정이었다.
회사에서 급여 받은 만큼 기여하고,
내 능력과 경력으로 회사를 위해 일한 대가로
급여와 경력을 얻고,
회사의 가치와 이익과 평판은
주주의 몫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분리를
혼동한 결과였다.
아주 크게 경력을 완전히 바꾼 적이 있었다. 영원히 그 일을 하게 될 거라 생각하고 이직한 회사였다. 회사 사정이 녹록지 않아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했고, 딱히 나 말고 올 사람도 없었다. 대주주는 직접 경영할 생각이 없다고 했고, 그래서 오너처럼 일하라는 주문을 받았다.
하지만 세상에 “절대로”, “반드시”라는 일은 없다. 시간이 지나 사정이 바뀌었고, 오너가 직접 경영하길 원했고, 또 그게 순리였다. 그래서 나는 다른 일을 찾았다.
다만 그 시간 동안 너무 불태우고 내 회사인 양 착각하고 일한 게 문제였다. 그렇게 살았기 때문에 나올 때도 마음이 아팠고, 나와서도 한동안 억울했고, 상실감이 컸다. 지금 돌아보면 참 쓸쓸한 기억이다.
그래서 그 지인이 내게 거울을 보고 되뇌이라고 했던 말이 가슴에 사무쳤다. 실제로 사무실에 작은 거울을 두고, 가끔 잊어버리고 쓸데없는 사명감에 불타 회사 일에 일희일비할 때면, 거울을 보고 조그만 목소리로 혼잣말을 하기도 했다. “회사는 네가 아냐 아냐.”
건강한 관계는 적당한 거리를 둔다.
완전히 의존하지 않고,
서로의 일상을 지배하지 않으며,
각자의 정체성을 지키고,
약속을 존중하며,
해야 할 의무를
능력을 다해 마음을 다해
수행하는 관계다.
회사와의 관계도 다르지 않다.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듯, 회사와의 관계도 언제든 어긋날 수 있다. 그런데 회사를 나인 양, 내가 회사의 주인이라도 된 양 생각하는 건 건강하지 않다.
회사를 대충 다니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다만, 오버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Carpe Diem, Memento Mori.
“오늘을 즐겨라, 죽음을 기억하고”
내 버전으로 해석하면 이렇다.
언젠가 끝이 있다는 걸 알고
현재에 집중하라는 말이다.
뭐든 끝이 있다. 그러니 지금 현재의 삶을 즐기고
오늘만 살면 행복할 것 같다.
오늘이 내일에는 안 올 수도 있으니,
오늘의 삶만 경계를 지키며 오버하지 말고
내 감정에 집중해서 살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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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ongyeol Cho
Experienced and entrepreneurial
Cheif Executive Officer
2026.01.22.